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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호성씨 4모녀 살해 동기는 ‘돈 문제’

등록 2008-03-11 11:01

전세금 빌려 지인, 형, 또다른 내연녀 등에 송금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가 교제 중인 40대 여성의 일가족을 끔찍하게 살해한 이유는 돈 문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사건 발생 전 평소 사귀어오던 음식점 사장 김모(45.여)씨와 함께 은행으로 가 김씨의 예금 1억7천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하게 한 뒤 이 돈을 빌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1억7천만원은 김씨가 사는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의 전세금 중 아직 치르지 않은 잔금의 액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말 이씨로 추정되는 40대 남성과 함께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전세 2억원에 아파트를 계약했다가 이 아파트가 가처분 신청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중 3천만원만 우선 집주인에게 건넨 뒤 나머지 1억7천만원은 올해 2월20일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에 급전이 필요했던 이씨는 김씨를 설득해 당장 쓸 일이 없어진 이 돈을 빌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화상경마장 사업에 실패해 2004년 100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자금 압박을 못 이겨 부동산 투자 사기까지 저지른 이씨에게 제때 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을 리 없었다.

이씨는 범행 전후로 지인과 형, 또 다른 내연녀로 추정되는 여성 등에게 최대 몇 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각각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씨가 여러 군데서 빚을 지고 있다가 김씨에게서 빌린 돈으로 우선 `돌려막기'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금 지급일이 다가오면서 김씨로부터 "잔금을 지불해야 하니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게 된 이씨는 결국 김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시신을 넣을 비닐과 성인 여성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대형 가방 등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해 김씨 집에 찾아갔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씨가 김씨뿐 아니라 딸 3명까지 모두 살해한 것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집안에 김씨와 함께 있던 딸 2명은 물론 밖에 나가있던 큰딸마저 유인해 살해한 것은 자신과 김씨의 관계 및 금전 문제를 잘 알고 있던 큰딸의 신고로 금방 자신이 용의선상에 오를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이씨가 김씨뿐 아니라 여러 명의 여자를 사귀었고 당초 알려진 바와는 달리 김씨와 결혼할 계획이 없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김씨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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