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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모녀4명 피살’ 공범 없었나, 돈문제뿐인가

등록 2008-03-11 11:45수정 2008-03-11 13:48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에서 실종된 김모(46.여) 씨와 세 딸의 시신이 10일 오후 11시께 전남 화순군 동면의 공동묘지 입구에서 발견된 가운데 11일 오전 전남 화순군 성심장례식장에서 경찰이 피해자들의 유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은 시신을 서울로 운구한뒤 유족들과 합의를 거쳐 부검을 할 계획이다. 화순/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에서 실종된 김모(46.여) 씨와 세 딸의 시신이 10일 오후 11시께 전남 화순군 동면의 공동묘지 입구에서 발견된 가운데 11일 오전 전남 화순군 성심장례식장에서 경찰이 피해자들의 유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은 시신을 서울로 운구한뒤 유족들과 합의를 거쳐 부검을 할 계획이다. 화순/연합뉴스
풀리지 않은 의혹들…“범행 지나치게 잔혹, 허술한 알리바이”

모녀 일가족 4명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11일 용의자 이호성(41)씨가 평소 사귀던 김모(45.여)씨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고 독촉받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건 직전 피해자 가족들이 주변에 "(이씨와) 여행을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게 된 경위도 모호할 뿐더러 이씨가 공범도 없이 혼자서 4명이나 되는 피해자를 모두 살해하고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문제가 된 채무액에 비해 이번 범행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잔혹했다는 점도 쉽사리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다.

◇ 피해자 가족 "여행 다녀온다" = 사건 전날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참치횟집 종업원들에게 "사나흘 여행을 다녀오겠다.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업원들은 김씨의 말을 듣고 평소 가까운 사이였던 이씨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씨의 큰 딸이 실종 직전 친구들에게 "엄마와 재혼할 아저씨와 가족들이 사나흘 여행을 갈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 김씨 가족들은 실종 당일 이씨와 함께 여행을 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씨가 이날 범행을 결심했다면 왜 피해가족에게 여행 얘기를 꺼내 자신의 알리바이를 없애는 '자충수'를 뒀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씨가 피해가족을 한꺼번에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이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가짜 여행약속을 잡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 이해할 수 없는 잔혹성 = 경찰 수사결과 속속 드러나는 정황에 따르면 이씨는 실종사건 당일 김씨의 집에 찾아가 김씨와 두 딸을 살해하고 뒤이어 큰 딸까지 찾아가 만나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시신발굴 결과 김씨와 두 딸은 실내복 차림에 신발도 신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이들이 집안에서 한꺼번에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안에 있던 컴퓨터조차 끌 새가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씨가 '빚 독촉'을 하던 김씨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해서 굳이 어린 자녀까지 한꺼번에 살해했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

또 이씨는 범행 뒤 시신을 차량에 실은 채 대담하게 서울 도심으로 진입해 당시 외출했던 큰 딸까지 찾아나서는 집요함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와 같은 범인의 집요함과 잔혹성을 설명할 근거를 마땅히 대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김씨를 살해하는 장면을 자녀들에게 들키자 이들도 함께 살해했거나 또는 김씨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가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 CCTV 화면 분석…공범가능성 남아 = 경찰은 이번 범행에 이씨 외에 공범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자신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실종 당일인 지난달 18일 밤 김씨의 집에서 대형 여행가방을 실어내는 남성과 이틀 뒤인 20일 오후 김씨 아파트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우고 달아난 남성 등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동일인물인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약간 뚱뚱하고 체격이 큰 편인데 20일 주차장에서 달아난 남성은 호리호리한 체격"이라며 "두 사람이 동일인물인지 계속 분석중이다"고 말했다.

실종사건 당일 밤 30대 남성이 김씨 아파트 앞에 승합차를 세워두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다는 주민 진술도 있다.

이 목격자는 "아파트 앞에 흰색 승합차가 주차된 것을 봤는데 운전자는 30대 남성이었고 차량 트렁크에는 이민용 여행가방이 놓여 있었다"고 말해 이 남성의 정체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이씨의 '허술한' 알리바이 = 경찰은 이씨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범행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이씨는 범행에서 중요한 자신의 알리바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등 허술한 면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에 앞서 시신을 넣을 비닐과 성인이 들어갈 만한 대형 가방을 미리 준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씨가 김씨의 아파트에 들어간 지 6분 만에 대형 가방을 싣고 나오는 장면 등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면서 이씨가 사전에 범행을 철저히 준비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김씨 일가족이 실종될 경우 가장 먼저 의심받을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을 텐데도 정작 자신의 알리바이는 만들지 않았다.

이씨는 이미 지난해 김씨와 함께 인근 부동산을 찾아가 부부행세를 하며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으면서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도 남겼다.

또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에도 자주 찾아가면서 종업원들과도 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씨의 딸들은 이씨가 자신의 어머니와 재혼할 것이라고 주변에 알리기까지 했다.

이처럼 이미 김씨 주변에서는 이씨의 존재를 알만큼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씨가 별다른 알리바이를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범행했다는 것도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 가운데 하나다.

김병조 기자 kbj@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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