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에 온 지 한 달이 돼 온다. 내 청춘의 땀과 눈물이 깃든 서울의 거리를 나는 사랑한다. 지난여름만큼은 흥분되지 않지만, 그래도 매일 지나치는 거리 풍경들 하나하나가 아직도 새로우면서도 포근하게 다가온다.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도, 물건들도 모두 자기의 존재와 애환을 담고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연출한다. 나도 가끔 길을 걸으며 그런 풍경의 조그만 일부가 되어 본다.
그런데 내가 도저히 섞일 수 없는, 섞이고 싶지 않은, 아주 역겨운 거리 풍경이 하나 있다. 길거리 도처에서 나를 공격하는 담배 연기가 바로 그거다. 한두 명이 피워대는 게 아닌지라, 그냥 조용히 피해서 걷는다고 풀릴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담배연기는 시도 때도 없이 거리를 덮는다. 대로도 덮고, 골목길도 덮는다. 밤거리 취객들의 텁텁한 입에서만 꾸역꾸역 나오는 게 아니다. 조금은 나른한 오후, 거리의 장삼이사 아저씨들의 퀴퀴한 입에서도 푸- 하며 나오고, 캠퍼스의 젊디젊은 발랄한 학생들 입에서도 후- 하며 나온다. 심지어 이른 아침 출근길에도 담배연기가 내 코를 공격한다. 아침 출근길, 나와 같은 속도로 앞서 걷는 이름 모를 작자의 입에서 나오는 담배연기는 정말 최악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건물 안에서도 담배 연기를 쉽게 맡는다는 거다. 엄연히 <금연>이라고 쓰여 있는 화장실인데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담배연기의 잔재를 맡을 때가 심심치 않게 있다. 이건 ‘위반’이며, 폭력이다.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다지도 배려심이 없을까, 공중도덕도 없을까...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더불어 생활한다."는 말에 대해 조그만 생각이라도 해 본 적이 없는 종자들로 보인다. 자기 방에서 피우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할까? 왜 공공의 공간에서 피워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게릴라도 이런 게릴라가 없다. 서울의 담배 게릴라들. 그런데 말이 좋아 게릴라지... 그 몰상식의 군상들... 독선과 이기심으로 매캐하게 그을린 가무잡잡한 얼굴들... 담배연기만 내뿜으면 미안해서 그런지, 주기적으로 침도 칵칵 뱉는 성의를 보이는 그 처절한 서비스 정신. 마지막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꽁초를 길바닥에 버리고, 카악- 하고 마무리 침 뱉기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세심함……. 정말이지 노소가 따로 없다. 한국사회에서 늙은이나 젊은이나 개나 소나 이렇게 죽이 짝짝 맞는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난 미국의 동부와 서부의 큰 도시들은 대개 가 보았는데, 어디를 가도 이렇게 도시 전체가 총체적으로 담배연기에 질식할 것 같은 곳은 없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워 무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연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피해서 걸어갈 충분한 여유가 있다. 솔직히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자체가 별로 없다. 일본에는 아직 가 본 적이 없지만, 동경에서 오래 살다 최근에 서울에 온 동료 얘기를 들으니, 서울이 무지 유별나다고 한다. 담배연기에 찌든 서울의 거리가 한국적 특성이라고 누가 강변한다면, 나는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길거리 흡연도 법으로 금지해야겠네...라고 말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매연과 황사로 공기가 매캐하니, 길거리 흡연이라도 법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정도껏 태운다면 길거리에서 담배 좀 핀다고 누가 시비할까? 그런데 서울의 담배연기는 도가 너무 지나치다. 지난여름에 함께 서울에 머물던 미국인 동료도 서울 거리의 담배연기 때문에 무척 고생하였다. 참으로 독특한 서울의 풍경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그 누가 '함부로' 말했던가! 작년 이맘때쯤인가... 내가 LA 코리아타운에 임시 거처를 정하고 살 때, 타운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담배연기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제목은인데, http://blog.hani.co.kr/nocon/6953 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게 그다지도 없어 하필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자신이 한국인임을 느껴야 한단 말인가... 라는 질타가 그 글의 골자였다. 미국이라는 사회에 하나의 섬처럼 떠 있는 LA 코리아타운... 식민도시(colonial city) 냄새가 짙게 풍기는 LA 코리아타운에 들어서면 처음 느끼는 타운 첫 인상 중 하나... 그게 바로 길거리 담배연기였다. 그런데 이제 서울에 다시 오니, LA 코리아타운에 배어있는 담배연기의 진짜 원조를 매일 보게 된다.
배려가 없는 사회, 상식이 없는 사회, 공중질서가 없는 사회.
서울의 거리를 보면, 대학들 캠퍼스를 둘러보면, 문화시설들을 살펴보면, 서울의 하드웨어는 엄청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변화는 너무나도 지지부진하여 씁쓸하다.
이젠 운동권이 이끄는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민주시민사회운동이 필요한 때인 듯싶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건물 안에서도 담배 연기를 쉽게 맡는다는 거다. 엄연히 <금연>이라고 쓰여 있는 화장실인데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담배연기의 잔재를 맡을 때가 심심치 않게 있다. 이건 ‘위반’이며, 폭력이다.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다지도 배려심이 없을까, 공중도덕도 없을까...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더불어 생활한다."는 말에 대해 조그만 생각이라도 해 본 적이 없는 종자들로 보인다. 자기 방에서 피우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할까? 왜 공공의 공간에서 피워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게릴라도 이런 게릴라가 없다. 서울의 담배 게릴라들. 그런데 말이 좋아 게릴라지... 그 몰상식의 군상들... 독선과 이기심으로 매캐하게 그을린 가무잡잡한 얼굴들... 담배연기만 내뿜으면 미안해서 그런지, 주기적으로 침도 칵칵 뱉는 성의를 보이는 그 처절한 서비스 정신. 마지막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꽁초를 길바닥에 버리고, 카악- 하고 마무리 침 뱉기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세심함……. 정말이지 노소가 따로 없다. 한국사회에서 늙은이나 젊은이나 개나 소나 이렇게 죽이 짝짝 맞는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난 미국의 동부와 서부의 큰 도시들은 대개 가 보았는데, 어디를 가도 이렇게 도시 전체가 총체적으로 담배연기에 질식할 것 같은 곳은 없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워 무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연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피해서 걸어갈 충분한 여유가 있다. 솔직히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자체가 별로 없다. 일본에는 아직 가 본 적이 없지만, 동경에서 오래 살다 최근에 서울에 온 동료 얘기를 들으니, 서울이 무지 유별나다고 한다. 담배연기에 찌든 서울의 거리가 한국적 특성이라고 누가 강변한다면, 나는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길거리 흡연도 법으로 금지해야겠네...라고 말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매연과 황사로 공기가 매캐하니, 길거리 흡연이라도 법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정도껏 태운다면 길거리에서 담배 좀 핀다고 누가 시비할까? 그런데 서울의 담배연기는 도가 너무 지나치다. 지난여름에 함께 서울에 머물던 미국인 동료도 서울 거리의 담배연기 때문에 무척 고생하였다. 참으로 독특한 서울의 풍경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그 누가 '함부로' 말했던가! 작년 이맘때쯤인가... 내가 LA 코리아타운에 임시 거처를 정하고 살 때, 타운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담배연기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제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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