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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종로부터 대한민국을 커밍아웃 시키겠다”

등록 2008-03-12 16:44수정 2008-03-24 15:13

레즈비언 최현숙씨 총선 출마 선언=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최현숙(왼쪽에서 세번째) 진보신당(가칭)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대한민국이여 커밍아웃하라!”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18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레즈비언 최현숙씨 총선 출마 선언=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최현숙(왼쪽에서 세번째) 진보신당(가칭)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대한민국이여 커밍아웃하라!”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18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레즈비언 후보’ 진보신당 최현숙씨 인터뷰
4년전 강하게 끌리는 한 여성 만나 정체성 확인
“자신과 남편 위해 정리…아이들 지금은 지지”

한국에서도 동성애자들의 목소리가 정치세력화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을 커밍아웃시키겠다”며 오는 4.9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최현숙(진보신당,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bebreaking)씨를 만났다. 한국 최초 동성애자 국회의원 후보로 기록될 최현숙씨가 지난 8일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이날 선거사무소에는 처음으로 정치세력화에 나선 최씨를 격려하기 위해 동성애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여럿 모여들었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전대표, 변영주 영화감독 등도 참석해 최 후보의 출마를 격려했다. 지난 7일 선거사무소를 찾아 최씨를 만났다.

성소수자 국회의원 후보 최현숙의 3일
“대한민국이여, 커밍아웃하라”

[%%TAGSTORY1%%]

-국회의원선거 출마를 하게 된 계기는?
=2000년 3월 민주노동당 창당 직후 당원이 됐고 2004년도에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했다. 이후 성소수자 운동을 하게 됐다. ‘성소수자들의 정치세력화, 가난한 사람들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국회에 진출해 이를 알리고자 출마하게 됐다.


-동성애자 국회의원을 종로구민들이 뽑아야 할 이유는?
=그 이유만으로 나를 뽑을 이유가 없을 거다. 내가 굳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출마한 것은 성소수자의 억압적 삶의 조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성소수자의 의제에만 머물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엔 다양한 소수자들이 있다. 장애인, 노인, 어린이, 저학력자 등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정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활동해 온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성과는?
=국정감사에 성소수자 의제를 포함시켜 국회에 정책적 대안들을 제시하려 노력해 왔다. ‘성전환자 성별변경법안’을 2007년 노회찬 의원을 통해 입법발의했다. 2007년 말엔 차별금지법을 만들기 위해 인권단체들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민노당 안에서 소외감을 많이 느꼈다. 성소수자 문제는 “쟤네만 하면 되는 것들, 나머지 당원들은 혐오스럽지만 없으면 괜찮다”고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는 민노당 후보들도 적극 지지를 받지 못했는데?
=노동자들이 민노당을 찍으면 민노당은 벌써 집권했을 거다. 동성애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그들이 유일한 동성애 정체성만 갖고 잇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도 여러 위치에서 다양한 실존적 삶을 산다. 이들의 구체적 생활에 민노당이 얼마만큼 깊이 접근해 대안을 제시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국회의원 후보라는 상징성은?
=동성애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차별을 더 적극적으로 의제화하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 매우 중요하다. 나의 총선 출마는 뿌리깊은 가부장제와 이성애 중심의 사회 속에서 다양한 성 주체들이 부딪히게 되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정치적 도전이 될 것이다.

-입법을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
=어떤 형태든 함께 어울려 살면 시민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동반자 등록법’을 제정할 것이다. 동성애자뿐 아니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애자, 결혼제도에 편입되지 못한 다양한 형식의 생활 공동체들이 법적 권리를 누리며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 가장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성전환자 성별변경법안이다. 현재 법무부가 마련한 안에서는 성기 수술을 다 마쳐야만 성별 변경을 할 수 있다. 성기중심적인 법이다. 본인이 확신만 한다면 수술과정 없이도 누구나 성별전환을 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레즈비언 후보로서 선거운동의 어려움은?
=누리꾼의 의견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주민들을 만나도 아직까지 날 불편해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국민들의 성소수자 사안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이라 본다. 이것이 나의 기반이다. 선거라는 게 뭔가. 소통 과정 아닌가. 우리 최대의 과실은 선거를 통해 얻어내는 소통의 과정, 그를 통한 우리 사회의 성숙이다. 진심은 언젠가는 사람들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레즈비언 주부’로서의 생활은?
=내가 57년생이다. 예전엔 ‘동성애’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나도 정체성을 뚜렷하게 확인한 기억이 없다. 2004년에 내 인생에서 가장 강한 이끌림을 느낀 한 여성을 만났다. 내 안의 정체성을 새로 확인한 것이다. 그 때 ‘보다 나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사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나를 위해서도 남편을 위해서도 정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아이들 나이가 스물네살, 스물일곱살이다. 아이들에게 성을 비롯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며 동의를 얻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진정한 반려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었다. “엄마의 이혼이 잠깐 불편하긴 하겠지만 아빠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고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 말하며 지지해주었다. 작은 아이는 내가 출마하는 것도 적극 지지하며 도와주고 있다. 블로그에 ‘모자관계를 떠나 한명의 이성애자로서,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한 여성 국회의원 후보를 자랑스러워 한다’며 글을 남겼더라. 친오빠도 처음엔 힘들어 했다. 그러나 이젠 “우리가 상처준 게 있다면 미안하다. 선거도 돕고 싶다”며 지지해주고 있다. 오빠의 말을 들을 땐 눈물이 핑 돌 것 같더라.


■ 커밍아웃한 정치인, 해외에서는?

해외에선 어떨까. 해외에선 이미 ‘커밍아웃’한 정치인들이 주요 관직에 당선돼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은 현 파리시장 베르트랑 들라노에. 2001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사회당 후보로서 파리시장에 당선된 그는 인기가 높아 올해도 재선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들라노에가 재선에 성공하면 사회당의 차기 대선후보를 노릴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된다.

독일의 자유민주당 당수인 귀도 베스테벨레도 유명한 커밍아웃 정치인. 2004년 7월 커밍아웃을 한 그는 우파 정당의 당수이면서도 동성애자임을 떳떳이 밝혀 화제를 낳았다.

영국 케임브리지시 시민들은 트랜스젠더 시장을 두고 있다. 시장의 이름은 제니퍼 리들. 그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30대 초반에 여성으로 성별을 변경했다. 케임브리지시의 부시장으로서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여 2007년 5월 시장에 당선돼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의 인적자원담당 차관인 세테이 가보르도 커밍아웃 정치인이다. 그는 2007년 7월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동성애 합법화를 주장했다. 헝가리 의회는 동성간 파트너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2007년 12월 통과시키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최근 한 레즈비언 여성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적이 있다. 이미 몇 차례 한국을 들른 바 있는 오츠지 카나코다. 28살 때 일본 오사카 지방의원에 당선돼, 성소수자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오다 2007년 7월 민주당 전국구 비례대표로 참의원 선거에 참여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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