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비서 강대신씨 2001년 재판기록 공개
“박철언 전 장관이 ‘비망록에 김영삼 전 대통령한테 갖다 줬던 수표번호와 여러 가지 정치자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망록을 꼭 찾아야 되겠다’고 말했다.”
2001년 박 전 장관이 연루된 재판에서 이런 증언이 나왔던 것으로 12일 확인돼, 박 전 장관이 관리한 ‘괴자금’의 실체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 전 장관의 비서관을 지냈던 강대신(42)씨는 이날 서울 방배동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장관이 서울 마포의 오피스텔에서 100여 권의 비망록과 40억원대의 통장이 든 가방을 잃어버리자, 그것을 되찾을 목적으로 2001년 나를 절도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며 당시 수원지법 재판기록을 공개했다.
이 재판의 2001년 11월 증인심문조서를 보면, 증인으로 출석한 최아무개씨가 문제의 증언을 한 대목이 나온다. 최씨는 기업인 출신으로, 1985년부터 박 전 장관과 가깝게 지냈던 인물이다. 또 강씨의 변호인이 “‘(비망록 등을) 원상회복시키지 않으면 서부지청장을 통해 수원지검에 전화를 해 혼내주고, 여의치 않으면 사기죄로 엮어 잡아넣겠다’는 박 전 장관의 말을 강씨에게 전했느냐”고 묻자, 최씨는 “(박 전 장관이) 그런 말을 나에게 했다”고 대답했다. 최씨는 당시 ‘40억원대의 돈은 김아무개 전 비서관이 횡령했다고 박 전 장관이 주장하는 100억원과는 별개’라는 내용의 증언도 했다.
앞서 2001년 10월 수원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장관은 “비자금은 없으나 (김 전 보좌관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자금을 일시 관리시킨 것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또 강씨 쪽 변호인이 “정당한 자금이라면 왜 남의 이름으로 관리했느냐”고 묻자, 박 전 장관은 “이 건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넨 내용은 박 전 장관의 회고록에도 나온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시로 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에게 국정에 협조해 달라는 차원에서 전달한 돈”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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