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가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조준웅 특검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전략기획실 개입했지만 적법절차 거쳐 주식 인수”
`e삼성 지분인수 사건'의 피고발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된 것은 e삼성 관련사 지분이 적정한 가격에 적법절차를 거쳐 팔렸다는 삼성 특검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전무의 지분이 계열사들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룹 전략기획실이 개입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실제 각 계열사들은 독자적 판단에 따라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비싸지 않게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e삼성 사건은 이 전무가 최대주주가 돼 주도한 인터넷 사업인 `e삼성' 사업체 운영과 관련, 2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자 2001년 3월 27~29일 제일기획 등 9개 계열사가 e삼성 사업체 지분을 비싸게 매입해 이 전무의 손실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우선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 가치네트, 씨큐아이닷컴 등 4개 사업체의 설립과 운영 및 이 전무의 지분 처분에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이 관여했다고 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 전무가 대주주로 참가한 데다 4개 회사 임직원이 대부분 삼성 임직원이었다는 점, 지분 인수관련 보도자료가 배포된 지 불과 나흘 만에 9개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매수한 점, 전략기획실 재무팀 소속 임원인 고(故) 박재중 전무가 2개 회사에 감사로 등재된 점 등이 근거가 된다.
그룹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당시 이 전무와 함께 주주로 참가했고 이 전무 명의의 주식 등이 모두 전략기획실 재무팀에서 관리했던 점 등도 고려됐다.
그러나 특검팀은 계열사들이 4개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 때 고가에 사들여 손해를 떠안는 방식의 배임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계열사들이 그룹의 지시를 받아 지분을 인수한 건 맞지만 인수 당시 주식 가격은 시민단체의 주장과 달리 상당히 `짜게' 매겨 사들였다는 얘기다.
최대주주의 지분은 경영권이 걸려 있어 30% 정도의 `웃돈'을 얹어 매매되는데 이 전무의 지분은 이런 `가격 할증'이 없이 팔렸던 점이 인정됐다.
또, 9개 계열사들은 회계법인에 의뢰해 가장 보수적인 평가방법인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순자산가치평가법'으로 주식가격을 계산해 e삼성 지분을 인수한 데다 이사회 결의까지 거쳤으므로 `무리한 인수'로 보기 어렵다고 특검팀은 결론내렸다.
e삼성과 e삼성 인터내셔널, 시큐아이닷컴 등 사업체들이 인수 당시에는 부실한 상태였지만 나중에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 투자한 삼성 계열사들이 `재미'를 봤다는 점도 무혐의 판단의 근거로 꼽힌다.
가치네트의 경우, 계열사측이 투자이익을 내지 못한 회사이지만 보통 벤처회사에 투자할 때 10곳 중 1∼2곳 정도에서 수익을 내 전체적인 투자손익을 맞추는 점에 비춰 계열사 임원들이 당초부터 자사에 손해를 끼칠 생각으로 가치네트 지분을 인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임주영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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