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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공교육 속 대안학교 일상 고스란히”

등록 2008-03-13 20:01

이길로 피디
이길로 피디
‘행복한 작은학교 365일 기록’ 제작한 이길로 피디
전교생 104명 상주 남부초교 ‘매일 등교’
선거·신체 검사·주먹질…웃음 눈물 ‘범벅’
“직업으로만 하는 교사 진짜교육 못할 듯”

처음부터 1년 동안 찍기로 작정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교사들도 1년 동안 꾸준히 학교를 기록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어렵게 촬영을 허락했다. 시골 초등학교의 365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방송전파를 탄다. 촬영분만 30분짜리 방송용 테잎으로 562권, 70분짜리 3부작으로 편집하는 데만 두달 남짓 걸렸다. 이 방송물을 만든 이길로(33·사진) <대구 문화방송> 프로듀서는 “산골학교의 동화같은 얘기나 선뜻 다가가기 힘든 대안학교 얘기가 아니라, 공교육 틀 안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학교를 꾸려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경북 상주 남부초등학교 전교생 104명과 교사 7명이다. 학생수가 적어 폐교 위기에 놓였다가 언제부턴가 ‘공교육 속의 대안학교’ ‘즐거운 시골학교’로 소문이 났다. 작은학교 살리기에 뜻을 둔 교사들이 들어와 학생, 학부모와 더불어 알찬 교육 내용을 자율적으로 잘 꾸려간 덕분이다.

이 프로듀서는 2006년 11월부터 2008년 2월 졸업식 때까지 1년 넘게 촬영감독과 함께 매일 이 학교에 등교해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점심 급식을 먹었다. “도대체 하루 종일 뭘 찍었냐”는 물음에 이 프로듀서는 “큰 행사를 따라가는 대신,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부딪히고 어울리면서 울고 웃는 모습을 담았다. 처음에는 뭘 찍을지 막막해서 종일 카메라를 켜고 있었지만 차츰 진짜 ‘사람이 중심이 된 학교’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들어왔다”고 했다. 인위적인 연출 없이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엮어가는 일상은 완성된 이야기가 됐다. 오후 6시까지 계속되는 학교생활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진지한 삶이었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채 인터뷰에 응하던 아이들도 촬영이 넉달째 접어들 때부터는 아예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학생자치회 선거가 빚은 갈등, 신체검사 날 풍경, 주먹질과 욕설이 오가는 아이들 사이의 싸움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들어왔다. 이 프로듀서는 “이 학교에서 부대끼면서 교사를 그저 ‘직업’으로 생각한다면 진짜 교육은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며 “한 학생이 육상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순간 정말 내가 이 학교 식구가 된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1년동안 벌어진 이 학교의 웃음과 눈물이 범벅된 이야기는 ‘행복한 작은 학교 365일간의 기록’으로 정리됐다. <대구 문화방송>에서 오는 17일부터 3주 동안 매주 월요일 밤 11시5분에 방송된다.

이 프로듀서는 “7년차 프로듀서에게 1년 동안 한 작품에만 매달릴 수 있는 기회가 흔치않을 뿐더러 사람사이에 이처럼 깊숙히 들어가 그 안의 진정성을 들여다볼 기회가 또 올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에게 작품을 선보이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 프로듀서는 방송물을 2시간짜리 상영용으로 편집해 상영을 원하는 공동체에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

대구/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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