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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살아서 돌아올거라 믿었는데…”

등록 2008-03-13 21:12수정 2008-03-14 10:40

수원에서 발견된 암매장 주검이 안양 실종 초등생 이혜진양으로 밝혀진 13일 저녁 이양의 아버지가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고개를 숙인 채 경기도 안양 만안구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안양/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수원에서 발견된 암매장 주검이 안양 실종 초등생 이혜진양으로 밝혀진 13일 저녁 이양의 아버지가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고개를 숙인 채 경기도 안양 만안구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안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말문 잃은 유족·학생·교사들
“누가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실종됐던 이혜진(10)양이 참혹하게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오후 5시께 경기 안양시 안양8동 혜진양의 집은 충격과 분노, 참담함 속에 휩싸여 있었다.

80일 가까이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혜진양의 어머니(41)는 이날 주검의 신원이 자신의 딸이라는 통보를 받고는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그는 또 “혜진이가 (실종된 뒤) 언제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까봐 문도 잠그지 않은 채 놔뒀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7시께 집으로 돌아온 혜진양의 아버지는 충격에 빠져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해 친지의 부축을 받았다. 집 안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교사들과 함께 혜진양 집으로 달려온 명학초등학교 이윤영 교장은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일을 어찌하느냐”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같은 집 아래층에 사는 주민은 “안양 사람들 모두가 애타게 찾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너무 놀랍고 안타까워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다른 이웃 윤아무개씨는 “딸이 둘인데 혜진이가 늘 데리고 놀아줬다”며 “아이들이 혜진 언니를 찾으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혜진양과 같은 학교를 다니는 김혜진(13)양은 “너무 무섭고 놀랍다”며 “이젠 밖으로 놀러 다닐 수가 없을 것 같다”며 몸서리를 쳤다.

혜진양 집에서 2~3분 떨어진 곳에 있는 우예슬(8)양의 집 역시 비통함에 싸여 있었다.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함께 실종됐던 혜진양이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예슬양 어머니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집을 비웠다.

실종된지 2달여만에 끝내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경기도 안양 명학초등학교 빈자리에 14일 오전 선생님과 친구들이 가져다놓은 꽃이 놓여있다. 안양/연합뉴스
실종된지 2달여만에 끝내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경기도 안양 명학초등학교 빈자리에 14일 오전 선생님과 친구들이 가져다놓은 꽃이 놓여있다. 안양/연합뉴스
두 어린이가 다니던 명학초등학교도 슬픔에 잠겨 오후 내내 침묵에 빠져 있었다. 학교 안 나무마다 혜진·예슬양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학생들과 교사들이 매단 가로 5㎝, 세로 30㎝ 크기의 수백개의 노란 리본들은 주룩주룩 내리는 빗물에 모두 젖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통해서 혜진양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학교 교무실과 교실에선 눈물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학교 특활부장 송두섭(49) 교사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언젠가는 꼭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3일 개학과 함께 명학초등학교는 혜진양을 5학년3반에, 예슬양을 3학년3반에 배치했고, 이들의 자리는 이날까지 빈 채로 남아 있었다. 40여명의 교사들은 14일부터 검은 복장을 하고 학교에 나와 숨진 혜진양을 추모하기로 했다. 한편 신고 포상금으로 2천만원을 내걸고 전단지 수십만부를 인쇄해 전국에 뿌려온 안양시민들과 경찰은 혜진양의 처참한 주검에 허탈과 충격에 빠진 모습이 역력했다. 안양/홍용덕 최원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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