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왼쪽부터) 경제개혁연대 소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영희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사무실에서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이(e)삼성 사건’ 피고발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피고발인 28명을 모두 불기소 결정한 데 불복해 항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 수사자료 검토뒤 “배임혐의 성립 안해” 잠정결론
고발인 주장은 배척하며 삼성 해명은 그대로 받아들여 삼성 특검팀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이(e)삼성 주식 매입 사건을 주도한 것을 확인했으면서도 이재용 전무 등 피고발인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한 것을 두고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소환도 전에 무혐의 잠정결론=특검팀은 지난 2월4일부터 3월9일까지 전체 피고발인 28명 가운데 이재용 전무 등 피고발인 11명, 참고인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소환조사에 앞서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5천쪽 분량의 수사기록도 검토했다. 이 수사기록에는 고발인인 참여연대 자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삼성 계열사의 이사회 회의록이나 인수 주식 평가 자료 등 삼성 쪽이 검찰 수사 때 제출한 자료들이다. 특검팀은 이 기록 검토를 끝낸 뒤 관련자 소환 조사도 하기 전에 “배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잠정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조준웅 특검은 13일 “사건을 넘겨받을 때부터 (사건이) 안 된다고 봤다”며 “이재용 전무의 보유 주식이 아니었다면 계열사들이 인수했겠느냐는 의심을 가지고, 관련 절차를 허술하게 했는지 (기록을) 샅샅이 뒤져봤는데 배임으로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이재용 전무 등을 소환하는 시늉만 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결국 특검팀은 구조본이 이삼성 설립부터 처분까지 주도한 점을 확인했으면서도, 주식을 인수한 계열사들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정상적인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는 삼성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는 “그룹 경영의 특성상 구조본이 개입하면 계열사 이사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에버랜드 사건 때도 삼성은 정족수가 미달된 이사회도 정상적으로 연 것처럼 서류를 꾸민 점을 간과한 채 특검이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 핵심 쟁점 대부분 삼성 주장 수용=특검팀은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핵심 쟁점에서 대부분 참여연대 등 고발인 주장은 배척하고 삼성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검팀은 이삼성 등 4개 인터넷회사 지분을 떠안은 계열사의 ‘손실’과 ‘고가 매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삼성 등이 결손 누적으로 청산된 게 아니며 2004년 이후로는 흑자를 냈으니 결과적으로 손해가 아니라는 논리다. 조 특검은 “신설 기업은 보통 초기 3~4년 동안 설비투자 비용 때문에 흑자가 나는 회사는 없다”며 “나중에 흑자로 전환했으니까 곧 망할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들 회사의 주식가치(순자산가치 기준)도 삼성 쪽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재용씨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비싼 값에 인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분 인수가 이뤄진 2001년에는 시큐아이닷컴을 제외한 이삼성(-37억원), 이삼성인터내셔널(-122억원), 가치네트(-103억원) 등은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지주회사 격인 이삼성은 결국 2004년 청산했고, 이삼성인터내셔널과 가치네트는 2003년까지 적자가 지속됐다.
특히 제일기획은 연간 순이익의 절반을 투자해 이삼성 지분을 인수한 뒤 3년 만인 2003년 청산해 152억원 가량의 손실이 확정됐다. 당시 메릴린치증권은 제일기획 경영진의 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터넷기업 투자계획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당시에는 벤처 거품이 급격히 꺼지면서 코스닥지수는 2001년 초에는 전년의 4분의 1 수준인 50~70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흑자를 내는 벤처 업체들의 주식가치도 30~40% 가량 할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삼성 계열사들은 대규모 적자 회사인 이삼성을 이재용씨 등의 초기 투자금(381억원)보다 많은 402억원에 사들였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적자 회사를 초기 투자금보다 높은 값에 사는 게 정상적인 경영 판단으로 볼 수 있느냐”며 “특검 수사 결과는 회사를 청산하거나 매각해 손익이 확정되지 않는 한 경영진의 배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해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제규 김회승 기자 unju@hani.co.kr
고발인 주장은 배척하며 삼성 해명은 그대로 받아들여 삼성 특검팀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이(e)삼성 주식 매입 사건을 주도한 것을 확인했으면서도 이재용 전무 등 피고발인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한 것을 두고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소환도 전에 무혐의 잠정결론=특검팀은 지난 2월4일부터 3월9일까지 전체 피고발인 28명 가운데 이재용 전무 등 피고발인 11명, 참고인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소환조사에 앞서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5천쪽 분량의 수사기록도 검토했다. 이 수사기록에는 고발인인 참여연대 자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삼성 계열사의 이사회 회의록이나 인수 주식 평가 자료 등 삼성 쪽이 검찰 수사 때 제출한 자료들이다. 특검팀은 이 기록 검토를 끝낸 뒤 관련자 소환 조사도 하기 전에 “배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잠정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조준웅 특검은 13일 “사건을 넘겨받을 때부터 (사건이) 안 된다고 봤다”며 “이재용 전무의 보유 주식이 아니었다면 계열사들이 인수했겠느냐는 의심을 가지고, 관련 절차를 허술하게 했는지 (기록을) 샅샅이 뒤져봤는데 배임으로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이재용 전무 등을 소환하는 시늉만 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결국 특검팀은 구조본이 이삼성 설립부터 처분까지 주도한 점을 확인했으면서도, 주식을 인수한 계열사들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정상적인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는 삼성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는 “그룹 경영의 특성상 구조본이 개입하면 계열사 이사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에버랜드 사건 때도 삼성은 정족수가 미달된 이사회도 정상적으로 연 것처럼 서류를 꾸민 점을 간과한 채 특검이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재용씨의 e삼성 등 인터넷업체 지분 정리과정
쟁점별 특검 판단 및 고발인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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