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구조본 공모여부 따라 이 회장 등 기소여부 결정
삼성 특검팀은 이(e)삼성 사건 피고발인들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이삼성의 설립에서부터 이재용 전무의 주식 처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사건 등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그룹 차원의 공모 여부가 쟁점인 나머지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처리에 이번 수사결과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 특검팀은 이삼성 사건에서 구조본의 개입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이재용 전무와 계열사 9곳의 경영진들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가 1·2심 재판에서 이미 인정된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구조본의 개입 여부에 따라 이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들의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구조본은 삼성 계열사들을 총지휘하는 삼성 경영의 심장부로, 당시 계열사들의 중요한 경영 판단은 전적으로 구조본의 결정에 따랐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한 조직적 공모가 구조본을 통해 이뤄졌다고 참여연대 등은 주장해 왔다. 에버랜드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찰도 ‘삼성그룹 차원의 지배권 이전 목적의 공모’를 공소사실의 기본 전제로 삼았다. 하지만 이 사건에 유죄를 내린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기소되지 않은 이건희 회장이나 계열사 주주들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삼성 사건(2001년)은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헐값 발행(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96년)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배정(99년)으로 이어지는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였다. 특검팀이 이삼성 사건에 구조본 차원의 공모를 확인했다면, 경영권 승계 작업 전체를 구조본이 총괄·지휘·주도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장덕조(44) 서강대 교수(상법)는 “이삼성 사건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에 포함된다. 구조본 개입이 확인됐다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준웅 특검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나머지 세 가지 사건들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구조본이 개입하는 순간 계열사들의 이사회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데도, 이사회의 비상장 주식 평가를 정상적 절차로 판단한 것은 나머지 사건들의 수사 결과도 무혐의 처리할 것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