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가 7일 오후 국회 정보위 인사청문회가 파행, 열리지 못하자 국회를 떠나고 있다. 정보위는 오전 간담회를 열어 김용철 변호사 증인채택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야간 첨예한 이견으로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연합뉴스
20억대 주상복합…누나 명의 ‘차명소유’ 가능성
김용철 변호사 “김 후보자가 직접 전화해 요구”
김 후보자 쪽 “통화 안했다”…삼성 “특혜 없어”
김용철 변호사 “김 후보자가 직접 전화해 요구”
김 후보자 쪽 “통화 안했다”…삼성 “특혜 없어”
검찰 재직 때 삼성한테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호(58)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삼성물산이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특혜로 분양받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용철(50) 변호사는 지난 12일 삼성 특별검사팀에 삼성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으로 있을 때 김 후보자가 전화를 걸어 ‘갤러리아팰리스가 하나 남아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에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물산 주택부문 이아무개(61) 사장에게 전화해 “(김성호 검사가) 알아봐 달라는데 좋은 방향(전망)으로 하나 해주라”는 말과 함께 김 후보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름 밝히길 꺼린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당시 갤러리아팰리스에 일부 미분양된 물량이 있었다”며 “나도 잘 아는 한 유력인사에게 ‘분양받아 놓으면 좋을 것’이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고 말해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특혜분양을 권유한 사실을 시인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갤러리아팰리스는 2001년 삼성물산과 한화건설이 함께 분양을 맡았다. 현재 김 후보자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164.3㎡(주택면적 211.5㎡)으로 서울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33층에 있으며, 근처 부동산 업체들은 이곳의 시세를 21억~24억 정도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업체 대표는 “(김 후보자의 집이 있는) 그 방향은 석촌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좋아서 가격도 같은 크기의 다른 아파트에 견줘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김 후보자의 누나(69)가 소유한 것으로 돼 있으나, 김 후보자는 아파트 분양 때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05년 4월4일 이곳에 전세로 입주했고, 일주일 뒤 김 후보자의 누나가 등기를 마쳤다. 김 후보자는 당시 전세금으로 누나에게 3억7천만원을 지급한 뒤, 지난해 12월 전세계약을 다시 하면서 1억원을 추가로 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아파트의 전세금은 6억~7억원이다.
김 후보자의 누나는 현재 부산 금정구에서 시가 1억9천만원 정도인 아파트에 혼자 전세로 살고 있으며, 지난해 5월까지 2억5천만원 가량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산의 다른 아파트에 세들어 살았다. <한겨레>는 여러 차례 김 후보자의 누나와 통화하려 했으나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쪽은 “아파트 구입과 관련해 김 변호사나 삼성물산 쪽과 통화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김 후보자가 누나의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아파트를 소유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시 김 후보자의 누나가 부산에서 운영하던 과자 공장을 정리해 아파트를 살 자금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쪽도 “한화와 분양을 함께 한 것은 맞지만 모두 적법하게 분양됐고 특혜는 없었다”며 “사장이 그런 분양에까지 관여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태 김남일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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