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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모범운전 택시 표시등 ‘교통단속 면제 면허증’?

등록 2008-03-16 20:31

모범운전 택시 표시등 ‘교통단속 면제 면허증’?
모범운전 택시 표시등 ‘교통단속 면제 면허증’?
교통정리 자원봉사 3만명, 사고만 안내면 벌점 없어
일부 신호무시·곡예운전 “봉사대가=단속면제 문제”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경기 고양시까지 택시를 이용한 한 직장인 오아무개(29)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서울외곽고속도로가 꽉 막혀 있자 택시가 버젓이 갓길로 질주를 했어요. 시내에서부터 정지 신호를 무시하더니 고속도로에서도 계속 곡예운행을 하더라고요.” 버젓이 모범운전사회 소속 표시가 달린 택시였다. ‘이렇게 운전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모범운전사회 소속은 사고만 안내면 단속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차에서 내리고 나니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길이 꽉 막힌 바쁜 출근시간이면 정복을 입고 교통정리를 하는 택시 기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전국 경찰서에서 관리하는 모범운전사회 소속으로, 일주일에 한두 차례 교통정리를 하고 사고·교통정보를 <교통방송>에 알리는 자원봉사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봉사에 특별한 ‘혜택’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현재 전국 3만여명, 서울에만 1만여명의 운전사가 모범운전사회에 소속돼 있다. 10년 무사고 등 엄격한 자격을 갖춰 선발된 이들은 1년에 8시간 준법교육을 받고 ‘복지카드’를 제공받는다. 이 복지카드를 갖고 있으면 교통 법규를 위반하더라도 1년에 7차례까지 단속을 면제해준다. 신호위반 등 중대 위반항목이 아니면 벌금·벌점을 물지 않는 것이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허진원 경사는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차를 아무데나 세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사정을 봐 드리는 것”이라며 “영업을 하면서 법규 위반을 하는 경우는 단속에서 면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범 운전자 활동을 했던 김아무개(54)씨는 “사실 경찰들이 할 일을 도와주는 처지이다 보니 복지카드를 보지도 않고 통과시키는 경우도 많다”며 “차량 지붕에 붙어있는 표시등의 모양부터 다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단속에 걸리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의 한 경찰관은 모범운전사에 대한 ‘단속 면제’에 대해 “(그들은) 대신 그만큼 봉사를 하지 않느냐”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범운전사들은 영업중 교통법규 위반 행위는 몇몇 회원들의 얘기라고 항변한다. 모범운전사 정아무개(48)씨는 “회원들 대부분은 경찰을 도와 도로질서를 바로잡고 봉사하는 사람들”이라며 “경찰에서 교통법규 위반을 몇차례 면제해주긴 하지만 외려 더 조심조심 운전하는 기사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하해종 녹색교통운동 교통환경팀장은 “자발적으로 교통질서 유지 봉사를 하는 분들의 노력에는 당연히 대가가 따라야 하지만, 법규 위반을 면제해주는 것은 모범운전자회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단속권을 가진 경찰이 이를 혜택으로 제공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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