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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탈북자 아내가 한국의 남편을 위해 보낸온 편지

등록 2008-03-17 10:57

탈북자 아내가 한국의 남편을 위해 보낸온 편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탈북자 아내가 한국의 남편을 위해 보낸온 편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4월초 급성 복통과 열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통하여 입원한 61세 남자 환자입니다. CT검사에서 담낭(쓸게) 및 담도의 돌이 있고, 이로 인하여 염증이 전신으로 파급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담도의 돌이 담도입구를 막으면 급성담도염을 유발하여 응급으로 돌을 제거하지 않으면 85% 까지 사망률이 오르는 질환입니다.(그냥 담낭담석이랑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다음 날 담도내시경(ERCP)을 하여 담도담석을 제거하고 다행히 별다른 합병증 없이 환자는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항생제를 며칠 더 혈관으로 투여하여야 하며, 담낭담석은 담낭절제를 하여야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담낭절제술을 권유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아저씨는 직장에 안 나가면 큰 일이 난다고 하며 죽어도 퇴원하겠다고 하여 먹는 항생제를 주고 퇴원시켰습니다. 외래로 꼭 오기로 하였습니다.

얼마 후 다음과 같은 편지가 중국에서 왔습니다.


탈북자 아내가 한국의 남편을 위해 보낸온 편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탈북자 아내가 한국의 남편을 위해 보낸온 편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읽어 보면 알겠지만, 중국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조선족 아내의 마음을 담은 애절한 편지입니다. 같은 민족이기는 하지만 이국타역에서 고생하는 남편도 불쌍히 생각되어 입원 차트를 찾아 그 환자(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시간을 꼭 내서 병원에 오라고 했습니다.

며칠 뒤 환자가 병원에 와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중국에 사는 조선족으로서 남편은 중국국적이나 부인은 북한국적으로 남편만 한국에 와서 청주근교에 있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으며, 부인은 한국입국이 금지되어 생이별을 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산에 자식들에 대한 것은 너무 캐는 것 같아 묻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한국에서 버는 돈을 중국의 부인에게 송금하여 그 돈으로 부인은 중국에서 근근이 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부인은 남편이 걱정되어 저에게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잘못하면 북한으로 강제송환 되지 않을지를 묻자, 어색한 미소에 걱정스런 표정만 지을 뿐 대답을 하지 못하더군요. '정말 눈물 젖은 편지란 이런 것이 구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음 주에 남편은 다시 우리 병원에 입원하여 담낭절제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모쪼록 빨리 통일이 되어 이런 불행한 이별이 없기를 바라며, 작은 정성이라도 이들 부부를 위해서 병원에서 병원비를 지원해 주기를 바랍니다.

-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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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제가 병원에 제출한 글입니다.

어찌어찌 잘되어 환자가 본인 부담하여야 할 병원비는 사회사업실의 기금과 병원에서 지원해주기로 되었습니다.(솔직히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어제 입원하였고, 오늘(2007.4.17) 복강경으로 담낭절제수술이 잘 되어 모레면 퇴원합니다. 외과과장이 제가 병원비를 어떻게 대신 내줄지 알아본다고 환자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환자는 제 돈을 낸다는 줄 이해를 했는지 절대 안 된다고 하는군요. 잘 치료해주는 것도 고마운데 자기 돈으로 내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내일 제가 직접 만나서 설득을 하려고 합니다.

모든 탈북자나 조선족이 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제가 만난 다른 환자들을 통하여 잘 압니다. 또한 통일이나 민족에 대한 낭만적 환상이 있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나치와 일본제국주의의 근원이 된 수구적 민족주의를 배격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입니다. (박노자교수의 글을 좋아하죠.) 그렇지만, 빨리 통일이 되고 분단으로 고통 받는 분들이 없어졌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 전에 먼저 해외교민에 대한 보호책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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