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반성한, 역대정부와 대조적
실종 두달 반 만에 처참한 주검으로 돌아온 이혜진(10)양의 빈소에 ‘사회안전’을 책임진 당국자들의 발길이 끊겨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밤부터 17일 오전까지 경기 안양시 메트로병원에 차려진 이양의 빈소에는 친지와 이웃, 그리고 이양이 다니던 학교 선생님들이 찾아와 슬픔을 나누고 서로 위로했다. 또 친구의 참혹한 죽음에 충격을 받은 수십 명의 어린이도 빈소를 찾아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이곳에 ‘책임 있는 이들’의 조문은 없었다. 지역 치안을 책임진 김도식 경기지방경찰청장도,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로 이름을 바꿔 취임한 원세훈 장관도, 또한 이들을 모두 총괄하는 한승수 국무총리도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다. 각종 사건·사고 때마다 빈소를 찾아 얼굴을 내밀던 정치인들도 지역 국회의원을 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어린 생명에 대한 ‘책임자들’의 어떤 사과도, 다짐도 없었다. 비탄에 빠진 유족과 슬픔을 함께하며 치안에 불안을 느끼는 시민들을 이들 모두 외면한 것이다.
때문에 시민들은 “반드시 책임자들이 와서 조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치안을 책임지고 국민의 안위를 살펴야 할 공직자들 중 어느 누구 하나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어린 죽음이 너무도 애통해 빈소를 찾았다는 이현숙(39·안양시 석수동)씨는 “국민 모두가 울고 있는데 당국자들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동안 어린이 유괴·살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 당국자는 물론 역대 대통령들까지 나서서 참회와 반성을 하며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는 ‘맹세’를 해 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은 “18일 국무회의 때 총리에게 (두 어린이 피살 사건에 대해) 한 마디 언급하라고 말씀 자료를 건의했다”고 밝혔고, 행정안전부는 “업무보고 때문에 집중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안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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