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충남 보령에서 안양 초등생 살해 용의자 정아무개(39)씨가 붙잡힌 가운데, 17일 오후 경찰 관계자들이 경기 시흥 정왕동의 하천에서 우예슬양을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시흥/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실종 전화방 도우미와 통화 조사받은 전력도
범행 일부 시인불구 동기 수법 안밝혀 의혹 증폭
범행 일부 시인불구 동기 수법 안밝혀 의혹 증폭
이혜진·우예슬양을 납치·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힌 정아무개(39)씨는 17일 자신의 범행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범행 수법 등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고 있다. 특히 경찰이 이미 몇 차례 이전에 벌어졌던 부녀자 연쇄 실종 등 강력 사건의 용의자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정씨를 한 차례 조사하고도 혐의점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 수사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 범행 자백=전날 밤 붙잡힌 정씨는 이날 “우양의 주검을 경기 시흥시 정황동 오이도 부근에 묻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정씨는 우양의 주검을 암매장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이미 발견된 이양을 살해해 묻은 정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경찰서 김병록 형사과장은 “정씨는 범행 동기나 수법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고 있지 않으며, 이양에 대해서도 횡설수설하고 있어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렌터카 이외의 물증을 추가로 확보해 감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왜 이제야 잡혔나=정씨는 2004년 벌어졌던 이른바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 때 경찰 수사 단계에서 용의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2004년 1~4월 벌어졌던 24건의 강도상해 및 살인 사건으로, 2년에 걸친 경찰 수사 끝에 2006년 범인이 붙잡혔다.
정씨는 2004년 경기 군포시에서 사라진 이른바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과 관련돼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실종자의 휴대전화에 기록된 마지막 통화 대상이 정씨인 것을 확인하고 정씨를 조사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역시 지난 1월10일 이미 정씨를 조사했으나 혐의점을 밝히지 못했고, 지난 14일 이양의 주검이 발견된 뒤에야 1차 조사 때 확인하지 못했던 렌터카를 빌린 기록 등을 찾아내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정씨가 이미 여러 차례 강력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바 있다는 점에서, 정씨에 대한 1차 조사가 엉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경찰 수사=정씨가 자신의 범행을 일부 시인함에 따라 경찰은 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우양의 주검을 찾기 위해 정씨가 진술한 암매장 장소 일대에 대한 수색을 벌였으며, 주검이 확인되는 대로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또 정씨가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 일어난 경기 화성시 봉담면 부녀자 연쇄 실종 사건 등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안양/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경찰은 또 정씨가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 일어난 경기 화성시 봉담면 부녀자 연쇄 실종 사건 등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안양/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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