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손해보험노조 조합원들과 진보신당 당원 등이 17일 오전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 삼성화재가 고객의 미지급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특검, 비자금 조사 여의치않으면 조세포탈 관련법 적용 검토
삼성 특별검사팀이 삼성생명 차명주식 수사와 관련해 조세포탈 관련 법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비자금 규명이 흐지부지될 우려 때문이다.
■ 이건희 회장 조세범처벌법으로 기소? =특검팀은 삼성 전·현직 임원 12명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16.2%(324만4800여주)를 차명주식으로 보고 있다. 주식 매입 자금 및 배당금 흐름을 추적해 비자금인지 여부를 쫓고 있지만, 조사가 여의치 않으면 차명주식 부분만 문제삼아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 부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 개인주주 12명의 삼성생명 주식이 차명주식으로 결론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이름을 빌려준 임원들이 과세 대상이 된다. 참여연대 소속 김경률 회계사는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 장부상 순자산가치를 적용해 상·증세법에 따라 과세하면 개인주주에게 부과될 세금은 모두 7천억원 상당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실소유인 이 회장은 금융소득 누진과세 등을 고의적으로 회피한 게 돼 조세범처벌법으로 기소될 수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납부하지 않은 세액이 연간 10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고, 포탈세액의 2~5배에 해당하는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이 회장의 연간 탈루세액이 5억원 이상 확인되면, 특검팀은 국세청의 고발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기소할 수 있다.
■ 삼성, 또 돈으로 해결하는 길 터주나? =하지만 이럴 경우 특검팀은 또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차명주식으로 관리한 돈이 비자금인지 여부를 밝혀내지 못한 채 삼성 쪽 해명을 그대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차명주식 보유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차명주식임이 드러나더라도 삼성 쪽은 이 회장의 개인 자산이라거나 이병철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옛 동방생명) 주식을 물려받아 남의 이름으로 관리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나 2005년 엑스파일 수사 때도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에 대해 삼성은 “이 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처지에서는 최악의 경우 비자금 조성이 확인돼 배임이나 횡령죄를 받는 것보다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받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조세범의 경우 세금을 모두 내면 정상참작 사유가 되고, 이중장부 작성 등 적극적인 포탈 행위가 입증되지 못하면 재판 과정에서 형량은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6년 서울지방국세청은 신세계그룹에 대한 법인세 통합조사에서 이명희 회장이 계열사 임원들 이름을 빌려 차명주식을 관리한 사실을 적발해, 당시 이름을 빌려준 임원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돈의 성격을 규명하지 않고 세금만 물린 채, 이명희 회장을 고발도 하지 않고 사건을 끝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구조조정본부의 개입을 확인하고도 불기소 처분한 이삼성 사건에 비추면, 삼성생명의 수사 결과도 삼성 쪽의 해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고제규 박현철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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