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구에서 70대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치매 간병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전 8시께 대구시 동구 금호강변 공터에서 A(75)씨와 B(70.여)씨 부부가 승용차 내부에서 얼굴과 손 등에 화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아들(45)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차량에서 시너 3통과 아들 이름 및 연락처 등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부모님께 몇 차례 전화를 드렸으나 연락이 안돼 집을 찾아갔더니 '나이가 들어 이젠 (아내를)간병하기가 힘들다. 너희들에게까지 부담을 주기는 싫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휴대전화 위치정보 조회를 통해 부모님의 차량을 발견했다"면서 "차량을 찾았을 때 차량 내 시트가 그을려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수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온 부인을 돌봐왔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과 유서를 남긴 점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치매 간병 부담을 안 주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나 추정된다"며 "이들의 사연과 자식사랑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창진 기자 realism@yna.co.kr (대구=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realism@yna.co.kr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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