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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안양 유괴사건, 언론과 경찰에 유감이다

등록 2008-03-18 15:57수정 2008-03-18 16:45

17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고 이혜진양의 영결식에서 이 양의 친구들이 단상 위에 놓인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다. 안양/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7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고 이혜진양의 영결식에서 이 양의 친구들이 단상 위에 놓인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다. 안양/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안양 유괴사건에 대해 매스컴이 미쳤다.

먼저 많은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용의자'와 '범인'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다.

경찰이 아직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자백에만 의존한 수사진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연합뉴스를 필두로 많은 매스컴들이 경찰보다 유능한지 '100% 범인'으로 보도하고 있다.

안양경찰서 형사과장은 '자백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상 자백은 아니다. 아직은 조금 왔다갔다 한다. 밝혀지면 정확하게 말하겠지만 범행 동기랑 경위가 밝혀지면 브리핑하겠다"라고 대답했는데, 그 발표가 나자마자 거의 모든 매스컴이 '범행 자백'이라고 뉴스를 날렸다.

형사과장이 마지막에 "범행 방법도 얘기하지 않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상황이다. 그 사람 진술만으로 발표를 할 수 없지는 않느냐. 기자들은 자백했다고 쓰면 되겠지만 우리는 확인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발표하기는 좀 그렇다"라고 명백히 밝혔는데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목을 끌려는 매스컴의 경쟁과 욕심이 '범행자백'으로 오버를 한 것이다.

게다가 정씨의 집을 정밀조사했는데도 발견된 것이 없다. 경찰은 정씨가 12월25일의 행적을 '집에 있었다고 거짓말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라고 하는데 그게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 거짓말 한 것인지는 어떻게 판단한 것인가?

그리고 경찰이 주장하는 12월 25일부터 1월 15일까지 차를 렌트한 사람 중에서 9명은 행적이 확실하고 정씨만 불분명하다는 것도 주요 혐의점으로 잡고 있는데, 9명의 행적은 어느 정도 정확한가? 시신 발견 후 3일만에 9명의 석달 전 행적을 전부 검토까지 마쳤다는 건가? 그리고 기자들은 의문이 전혀 안생기는가? 1월16일날 그 차를 사용한 사람이 혐의대상에서 벗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혈흔에 '유효기간'이라도 쓰여 있는가? 그리고 혈흔은 범인이 그 승용차를 사용했다는 증거이지 용의자 정씨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아니다.

한편 경찰의 수사를 보고 있는것도 불안하다. 안양경찰서장의 수사하는 '사고력'과 '논리력'을 한번 보자.

기자 : 다른 렌트카 사용자들이 혐의가 없다는 근거는?
서장 : 1차 조사에서 저희들이 혐의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 혐의가 없다는 근거를 물어봤는데,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선문답인가? 1차조사가 무엇인데? 결국 혈흔과 자백말고 더 있는가? 이러면서 용의자가 '횡설수설' 한다고 한다. 횡설수설하는건 경찰서장 본인이 아닌가?

기자 : 정씨가 1차에서 혐의가 있다고 생각한 근거는?
서장 : 용의자 최초 진술시 1월경에 당시 렌트카 빌린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의 DNA 검출되었고 다른 9명은 1차 조사결과 행적 등이 분명해 사건과 무관하다고 본다.

→ 12월 25일 부터 1월 15일 사이의 렌트카 이용자 10명 중 9명은 행적이 분명하고, 용의자 정씨가 불분명해서 혐의가 있다고 생각했단다. 그렇다면 1월 15일이라는 기한을 정한 기준을 밝혀야 할 것 아닌가? 1월 16일 이후가 될 확률이 0%가 아닌담에야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

결국 경찰은 사체 발견 후 DNA 감정 등을 통해 금방 신원을 확인하는 '신속성'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수거했다는 담배꽁초와 머리카락, 그리고 용의자 정씨의 방에서는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하고 '횡설수설 자백'에 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건 누가 봐도 '유죄 추정의 원칙', 즉 '범인'이라고 가정해 놓고 나머지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씨가 범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경악하는 것은 경찰의 수사 진행 방식이다. 나중에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서 정씨가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인권침해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수사방식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찰의 이 소동을 보고 미국 영화 '총알탄 사나이2 1/2' (naked gun 2 1/2) 에서 주인공이 읊조리는 한 대사가 떠올랐다.

"내가 최근에 잡은 범인은 말야… 사실은 내가 교통사고를 내서 사람을 죽였는데 차에 치인 사람이 운이 좋게도 수배중이던 흉악범이지 뭔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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