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군자천 다리 인근에서 18일 오후 해병전우회 회원들이 발견한 우예슬(9)양으로 추정되는 주검 일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지고 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범행도구 · 정씨 집 혈흔 등 잇따라 발견
경기 안양시 초등생 유괴·살해사건의 또다른 피해자인 우예슬(8)양으로 추정되는 주검의 일부가 발견됨에 따라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범행 과정과 동기 등 사건의 전모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피의자 정아무개(39)씨는 두 어린이를 숨지게 하고 주검을 버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인이 아닌 운전 중 과실치사’라고 주장하며 범행의 실체를 털어놓지 않고 있다.
■ 피의자 횡설수설 속 주검 찾기=정씨는 지난해 12월26일 새벽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 인근 하천에 주검을 버렸다고 지난 17일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18일 시화호 주변 하천에서 집중 수색을 했지만 실패했다. 경찰은 이날 정오께 정왕동 인근으로 정씨를 데려갔지만, 그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횡설수설했다. 결국 경찰은 이날 오후 2시40분께 정씨를 경찰서로 돌려보낸 뒤 독자 수색을 계속했다. 경찰은 양수기 2대를 동원해 군자천 하류부터 너비 10여m, 깊이 1m 가량의 하천에서 물빼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다 오후 4시43분께 군자8교에서 4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어린이의 오른 쪽 팔 등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발견된 주검은 대부분 물속 돌 틈 등에 끼어 처참한 모습이었다.
■ 치밀한 범행, 오락가락 진술로 은폐 시도?=정씨는 “지난해 12월25일 밤 9시께 렌터카를 몰다 집 근처 도로에서 두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한 뒤 주검을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정씨가 렌터카를 빌린 시간이 밤 9시50분인 점과 이혜진양 주검이나 렌터카에서 교통사고 흔적이 전혀 없다”며 “정씨가 형량을 낮추기 위한 범죄 은폐 술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씨는 붙잡힌 직후 취재진 앞에서 “억울하다. (숨진) 아이들은 알지도 못하고, 죽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씨는 하룻만에 “두 아이를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다시 “살해가 아니라 교통사고였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인데 주검을 그토록 끔찍하게 훼손해 버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다른 부녀자 실종 사건과의 연관 수사를 초기부터 끊으려는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경찰수사 남은 과제는?=수사는 정점에 다달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씨의 ‘교통사고’ 주장을 뒤집기 위해선 더 확실한 물증을 찾아내야 한다. 목격자도 없고 숨진 어린이들도 말이 없어 정씨가 계속 입을 굳게 다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정씨는 2004년 7월 일어난 경기 군포시 ‘전화방 도우미’ 정아무개(당시 44살)씨 실종사건 때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혀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았지만, 증거부족으로 풀려나는 등 경기 지역의 부녀자 실종사건과 관련해 2~3차례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있다. 따라서 경찰은 사건 재조사는 물론 협박이 없고 여성 상대 범죄인 화성 부녀자 연쇄실종·피살사건 등 경기남부 지역의 강력 미제사건 연관 여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한편, 경찰은 18일 오후 정씨 집 부근에서 범행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양날 톱을 발견했고, 정씨 집 화장실에서 좁쌀만한 크기의 핏자국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맡겼다. 하지만 톱날에서 혈흔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해졌으며 화장실 핏자국도 너무 작아 유전자 감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안양/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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