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학생 유괴·살해 사건 피의자인 정아무개씨가 18일 오후 우예슬양 주검을 유기한 곳을 찾으려고 2시간 가량 시화공단을 돌아다니다 유기 장소를 찾지 못한 채 경찰에 끌려 경기 안양경찰서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소 여자교제 서툴러…주변 아이들 집에 부르기도
정아무개(39)씨가 왜 두 어린이를 살해하고 유기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씨는 6년 전 지금 사는 경기 안양의 집으로 이사 온 뒤 줄곧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달쯤 함께 살았던 여자친구가 있었으나, 2006년 알코올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의 어머니도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정씨는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나, 가정 형편을 이유로 상대쪽 집안으로부터 거절당한 뒤 여자를 잘 사귀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씨는 집 주변 어린이들한테 ‘낯익은’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조연희(가명·초등6)양의 어머니는 17일 <한겨레> 기자에게 “지난해 여름 연희가 친구들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다가 정씨의 집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정씨가 과자를 사주는 등 아이들에게 잘해 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양의 어머니는 “연희는 ‘정씨가 아이들에게 집으로 놀러오라고 했으며, 다른 아이들도 정씨를 착한 아저씨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연희는 ‘정씨가 한 친구의 엉덩이를 만진 적도 있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정씨의 컴퓨터에서 어린이가 등장하는 음란물이 나온 사실도 고려하면, 정씨에게 ‘소아기호증’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소아기호가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 소아기호증뿐만 아니라 더 복합적인 심리적 요인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정씨는 사회 참여에 소극적인 사회적 경계인으로, 성인에게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성인에 비해 실패하거나 거절당할 확률이 낮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해소하거나 회복하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정씨가 이양의 주검을 묻을 때 이동한 거리가 15㎞인데, 그 이상 멀리 가서 철저하게 은폐하지 못한 것을 보면 죄책감이나 두려움이 없는 사이코패스로 보이지 않는다”며 “성적 만족 등 다른 목적을 위해 납치했다가,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했거나 입막음을 위해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원형 하어영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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