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부모들 자구책에 의존
법제정 무관심·안전교육 하나마나
법제정 무관심·안전교육 하나마나
최근 초등학교 주변에는 저학년 학생의 하교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부쩍 많아졌다. 아이의 위치를 시간마다 부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서비스 가입자도 지난해 2월 1만4천여명에서 올 2월에는 7만7천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경호업체 참시큐리티 박경권 실장은 “이혜진양 사건이 보도된 뒤 어린이 경호 문의가 3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어린이 실종·유괴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언제까지 이렇게 부모들의 자구책에 의존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를 유괴 등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사회적 대책을 제대로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은 어린이 유괴를 막기 위해 통학로 등 어린이 보호구역에 폐쇄회로텔레비전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그러나 법안은 심의조차 되지 못했고, 곧 17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지난해 건물 전광판을 통해 실종 어린이 등을 공개 추적하는 시스템 ‘엠버 경보’가 도입됐지만, 이번 실종 사건 때도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 해 12시간 이상 하게 돼 있는 학교 안전교육도 효과가 의문스럽다. 천안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안전교육은 특별활동시간이나 아침 조회·종례 시간에 한다”며 “납치나 유괴 등을 얘기하면 아이들이 ‘아침마다 엄마가 이야기하는 내용’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한국생활안전연합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유괴 예방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의 주요 통행로·교육기관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모방범죄를 막으려면 경제적 이유 같은 범행 동기를 살펴보고, 범행이 가능했던 주변 환경에 대해 사회정책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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