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씨 고가 미술품 매입 관련 여부 관심
특검, 황영기씨 서면조사 그쳐 ‘봐주기’ 논란
특검, 황영기씨 서면조사 그쳐 ‘봐주기’ 논란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8일 삼성 전·현직 임원 12명 이름으로 차명 관리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삼성생명 주식 배당금 가운데 일부가 이 회장 부인 홍라희(63)씨의 국외 미술품 구매 통로로 알려진 국제갤러리 관련 계좌로 입금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이현숙(59) 국제갤러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국제갤러리로 삼성생명 배당금이 일부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는 홍송원(55)씨가 대표인 서미갤러리와 함께 홍라희씨의 고가 미술품 구입 창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는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와 신필렬(62) 전 삼성라이온즈 사장 이름의 차명 의심 계좌에서 17억원씩 모두 34억원이 국제갤러리 관련 계좌로 입금되는 등 이 회장 일가의 차명계좌로 관리되는 비자금 가운데 1천여억원이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 이씨는 김용철(50) 변호사의 첫 기자회견 직후인 지난해 11월 초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아 도피 의혹을 받아 왔다. 특검팀은 이씨를 상대로 △차명계좌에서 거액의 돈이 입금된 경위 △이 회장 일가를 위해 사들인 미술품의 규모와 액수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미술품 수사가 정리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해, 그동안 미뤄진 홍라희씨 소환조사가 조만간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편, 특검팀이 비자금 관리를 위한 차명계좌 개설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황영기(56) 전 우리은행장을 지난달 중순 서면조사만 하고 조사를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져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황 전 행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때였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전체 차명계좌주만 1천여명에 달하고, 황 전 행장은 그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며 “이미 차명계좌주 40~50명을 조사했다. 지금 수사단계에서 황 전 행장을 불러 조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차명 의심 계좌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소환 조사를 받은 다른 삼성 전·현직 임원들과 비교된다. 지난 5일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을 근거로 “황 전 행장이 우리은행장과 삼성증권 사장으로 있을 때 차명계좌 개설·관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우리은행장으로 있던 2004~2007년에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것이 확인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때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특검팀은 이날 유석렬(58) 삼성카드 사장도 불러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를 조사했다. 이(e)삼성 관련 주식매입 사건으로 한 차례 특검팀 조사를 받은 유 사장은 1991~97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전신인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때는 재무담당 전무였다.
특검팀은 아울러 이 회장 재산을 관리하는 전용배(46) 삼성 전략기획실 상무를 다시 불러 재산내역 등을 추가로 제출받았다.
한편, 서울고검은 이날 특검팀의 이삼성 사건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참여연대 등이 낸 항고 사건을 정성복 검사에게 배당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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