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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산교도소에선 지금 ‘인문학 열공중’

등록 2008-03-19 20:29수정 2008-03-19 23:48

19일 오후 경남 마산시 회성동 마산교도소 안 정보화교육장에서 수형자들이 박혜주 경북대 외래교수에게서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
19일 오후 경남 마산시 회성동 마산교도소 안 정보화교육장에서 수형자들이 박혜주 경북대 외래교수에게서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
모범수형자 대상 첫 강좌
생각못한 배움에 귀 쫑긋
김철수(24·가명)씨는 6년째 복역 중이다. 고등학교 때 살인이라는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 천안교도소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요즘은 컴퓨터 수리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공부에 빠져 있다. 김씨는 다시 세상에 나서는 내년 봄이 기다려지면서도 밤잠을 설칠 정도로 겁도 난다. “10대 때부터 격리돼 있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 어떻게 적응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지 겁이 나기도 합니다.”

이런 김씨에게 인문학이 찾아왔다. 19일 오후 경남 마산교도소에서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가 열렸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이 둘러쳐진 교도소 안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확 끼쳤다. 겹겹이 잠금장치가 된 철문이 말해주듯 격리된 공간 특유의 삭막한 기운 탓인 듯했다. 정보화 교육장이라는 팻말이 붙은 강의실 안에는 파란 수의를 입은 수형자들이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우주의 중심이 ‘나’예요. 바로 여러분입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딪히고 갈등하게 되죠. 인문학 강의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분노와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첫날 강의를 맡은 박혜주 경북대 외래교수(스포츠심리학)는 준비한 시각물을 보여주며 1년 동안 다달이 두 차례씩 계속될 이번 과정을 강의 주제별로 소개했다. △성격과 스트레스 △스트레스와 운동의 관계 △나라는 존재와 스트레스 △자신과의 대화-화 다루기 등의 주제로 짜였다.

김씨는 “그동안 교도소에서 열리는 강의는 꼬박꼬박 들었지만 기술을 가르치거나 단순히 훈화를 하는 강의가 대부분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정식으로 인문학 강의를 듣게 되다니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클레멘트 코스’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 22가지 가운데 하나다. 경북대 연구팀이 대구지방교정청에 제안해 이뤄졌다. 부산·청송·대구·마산 교도소에서 동시에 강좌가 열린다. 마산교도소에서 이 강의에 참여한 수형자들은 18명으로, 20∼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학력도 중졸부터 대졸까지 있다. 다들 초범이지만 7∼10년형을 선고받거나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는 이들로 가장 모범적인 수형자들이다. 강의는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한 경북대와 영남대 교수·강사, 심리상담사, 목사와 스님 등 9명이 차례로 맡는다. 마산/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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