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이나 또다른 피해자 있을 가능성…신원 확인중
안양 두 초등생 유괴ㆍ살인사건의 피의자 정모(39)씨 집 화장실과 압수한 범행추정 도구에서 정씨가 아닌 각각 다른 남성의 혈흔과 체액이 묻어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경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20일 "정씨 집에서 발견된 범행 도구인 톱 2개 가운데 우예슬(9)양의 피부조직과 정씨의 체액이 발견된 톱에서 이들과 다른 남성의 체액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체액이 침인지 아니면 다른 분비물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톱에서 발견된 체액은 예슬양의 피부조직이 발견된 톱의 손잡이에 묻어 있었으며, 이 손잡이에서는 피의자 정씨의 체액이 발견됐었다.
앞서 다른 관계자는 이날 "정씨 집 화장실에서 채취한 혈흔 3점 중 1점이 정씨와 두 어린이가 아닌 제3의 남성의 것으로 유전자 분석 결과 나타났다"고 했다.
경찰은 톱에서 확인된 체액과 화장실 벽에서 채취한 혈액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남성의 것이라는 통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받았다.
국과수는 제3자의 혈흔 및 체액에 대해 신원 확인 등 정밀 분석을 거쳐 이르면 이날 오후께 그 결과를 수사본부에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아닌 남자, 그것도 서로 다른 2명의 혈흔과 체액이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정씨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가 더 있거나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의 범행 행태로 보아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 집에 대한 정밀감식을 통해 화장실에서 채취한 혈흔 3점 중 1점이 숨진 예슬양의 것, 나머지 1점은 동물의 피로 19일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두 어린이를 살해한 동기와 수법 등을 캐기 위해 구속된 정씨를 상대로 밤샘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이날 또는 21일 실시하기로 했던 현장검증을 수일간 미루기로 해 철야 조사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소득을 거두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구속영장 실질 심사 때 살해 사실을 일부 시인하는 등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였던 정씨가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은 2004년 7월 군포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실종사건을 포함한 일련의 미제사건과 연관성을 캐는 여죄 수사와 함께 전날 혜진양 시신 암매장 장소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왕송저수지에서 발견된 30대 여성 시신의 신원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수사본부 수색팀은 이날 오전 시흥시 군자천 일대에서 예슬양 시신의 나머지 부위를 찾기 위한 사흘째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박기성 김인유 기자 jeansap@yna.co.kr (안양=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