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명학초등생 일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
같은 학교에 다니던 어린이 두 명이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된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학생들이 심한 공포와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비슷한 증세까지 보여 어린이들이 받아들이는 이번 사건의 충격파를 짐작게 하고 있다.
이 학교 5학년 엄혜선(11)양은 “얼마 전부터 밤에 자려고 누우면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밖에 나가면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반 신슬비(11)양도 “언니와 같이 자는데도 밤이 되면 무섭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또 숨진 이혜진양이 배정됐던 5학년3반 담임 송선주 교사는 “반 아이들 가운데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며 두려움을 털어놓는 아이가 여럿 있다”며 “범인이 잡혔지만 아이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학부모 김아무개(37)씨도 “딸아이가 4학년인데도 대낮 하굣길이 무섭다고 해 날마다 학교 앞에 데리러 간다”며 “동네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사라진 지도 오래”라고 말했다. 한국정신분석상담연구소 홍준기 소장은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이번 사건의 심리적인 충격과 경험이 다른 계기를 통해 심한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충격에 빠진 어린이들의 ‘공황 상태’가 계속되는데 대해, 이 학교 이종희 교감은 “21일 학부모들을 상대로 실종 예방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며, 다음주께는 숨진 우예슬·이혜진양의 친구들인 3학년과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 및 개별 상담을 실시해 심리치료를 받게 하는 방안을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안양/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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