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교육, 노동, 농민운동을 고민하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스러져간 심광보(충주고 2년 휴학)군이 15년 만에 명예 졸업장을 받는다.
충북 충주고 한상윤(51) 교장은 19일 “광보의 나라사랑 뜻을 기려 명예 졸업장을 주기로 했다”며 “4·19를 맞아 졸업장을 전하려 했지만 유족이 공식적인 행사를 원해 내년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군은 1989년 이 학교에 입학했지만 가난 탓에 이듬해 6월 휴학을 하고 서울, 충주 등에서 신문배달, 외판원 등 어려운 나날을 보냈다. 그는 초대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지낸 권영국(48) 교사 등 여러 교사들의 사랑과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했다. 또 <사람사랑>이라는 충주지역 고교생 모임을 만들어 시대의 아픔을 고민하고 통일, 참교육을 염원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참 세상을 그리던 심군은 90년 9월7일 저녁 8시30분께 충주시 성서동 한 건물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이고 뛰어 내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새벽 5시께 숨졌다.
심군은 숨지기 전 친구, 교사 등에게 편지를 보냈다.
‘전교조 선생님께 드리는 글’에서는 “참교육 그날을 보고 싶은 마음은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보다 깊이 설렌다”며 “인간을 인간답게 가르치려 애쓰는 참교육의 뜻을 국민들이 알고 있는 만큼 용기를 내기 바란다”고 밝혔다.
심군의 어머니 곽경자(57)씨는 “광보가 입버릇처럼 말한 ‘좋은 세상’이 너무나 멀게 느껴져 그동안 무덤에도 가지 못했는데 졸업장이 작은 위안이 될 것 같다”며 “학교에서 추모제를 열어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광보의 뜻을 기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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