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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학교 점수낮아 창피” 곳곳 한숨소리

등록 2008-03-21 20:15수정 2008-03-22 15:36

일제고사 성적표 배부된 날…심각해진 학생들
“외부서 순위 따질까 부담…중학도 선택제 우려”
“사교육 늘고 모든 잘못 학교 탓 될수도” 지적도
21일 오전 9시, 서울 ㅊ중 1학년4반 교실.

조금 전까지 까르르 웃던 학생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이들 손에는 지난 6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중학교 1학년 대상 진단평가 성적표가 들려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받아본 성적표에는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등 5개 과목의 점수에다, 학교·서울지역 평균점수가 적혀 있었고 과목별로 학교·서울지역 석차백분율까지 표시돼 있었다.

“자신이 과목별로 서울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담임교사의 말이 떨어지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ㄱ(13)양은 사회 점수가 60점으로, 학교 평균이나 서울 평균을 훨씬 밑돌아 하위권에 속한다는 것을 알고는 입을 꾹 다문 채 성적표만 바라봤다. ㅇ(13)양은 “우리 학교 평균이 서울지역 평균보다 낮은 것을 보니, 우리 학교가 공부를 못하는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진단평가 성적 공개와 관련해, 학교·시도 사이의 비교자료는 내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성적순으로 서열화할 것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학교 현장은 ‘줄 세우기’로 멍들어 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선 “영어 점수 강남 98점, 강북 80점”이라거나 “학교 평균이 낮아 다른 학교 친구들한테 창피하다”는 등의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학생들에게 나눠준 성적표로 개인·학교·지역 사이의 비교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ㅇ중 ㄱ(13)양은 “학원에 가면 다른 학교 친구의 성적표와 비교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ㄱ중 교감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학교끼리 비교가 가능해 외부에서 순위를 따질까 봐 부담스럽다”고 했다. 실제 이날 일부 언론은 서울 강남과 다른 지역 중학교의 과목별 평균 점수를 실었고, 인터넷에선 이미 지역 평균 성적을 공개한 7개 시·도교육청의 과목별 점수 비교를 통해 지역별로 순위가 매겨지고 있다.

교사들도 우려가 크다. 서울 강북구 ㅅ중 ㅊ교사는 “학교·과목 평균점수가 좋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그럼 학교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직 1학년이고 사회 과목이라 토론형 수업을 진행했는데, 점수 올리기를 위해 기출문제 푸는 훈련을 시켜야 될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 ㄷ중 ㅇ교사는 “지금도 특목고 진학 실적으로 학교 선호도가 갈리는데, 학교 성적이 비교되면 어느 학부모가 ‘공부 못하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겠느냐”며 “결국 고교 선택제에 이어 중학교 선택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줄 세우기’ 때문에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진단평가의 본래 목적조차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학부모들은 석차로 아이를 평가하게 돼, 더 고강도의 사교육을 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미 홍익대 교수(교육학)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은 사회경제적 배경, 사교육 정도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데, 학교를 줄 세우면 모든 잘못이 점수를 올리지 못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의 학업 능력 진단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정민영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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