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치마 ‘몰카’ 무죄
대법원 ‘성판결’ 기준은?
안아무개(34)씨는 2006년 12월 지하철 안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 있던 20대 여성의 치마 밑 다리를 찍었다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성폭력범죄 처벌법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안씨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안씨가 사진을 찍은 의도, 사진이 찍힌 각도 등을 고려해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성적 수치심’이 주관적인 영역이어서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반적인 상식과 사진의 성격 등을 고려해 무죄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은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신체의 어떤 부위였든지 피해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모욕감을 느낀 것이 문제”라며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법원의 최근 판결 때문에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적 관습이 일상화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피해자가 남성이었거나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아니었다면 사진을 찍지 않았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피고인이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의도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봐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현철 최원형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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