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입과 귀’ 노릇…‘죄수’ 존경한 통감부 관리
통감부 통역 소노키 스에키는 안중근 의사가 10월26일 거사 직후 체포된 뒤 3월26일 사형날까지 5개월 동안 안 의사의 귀와 입이었다. 동시에 그는 기록자였다. 그의 보고서 가운데 일제가 서울에 설치한 통감부에 보고한 안 의사의 교수형 당시의 정황은 매우 소중한 자료다.
소노키는 구마모토 현 출신인데 일본은 이 지역을 대외진출 거점으로 삼아 조선어학교를 설립했으며 그는 제1회 졸업생이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원장은 그가 안 의사의 태도와 인격에 감동해 통역관과 죄수 사이를 넘어서는 아름다운 관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소노키는 안 의사 순국 후 통감부에 돌아와서 관리 생활을 계속했는데 생전에 안 의사의 사진 약 30매를 복제해 안 의사를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특히 법정이나 형무소에서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안 의사의 취조·공판 광경과 안 의사 유족 등의 사진 묶음을 서울 남대문 밖에 있는 일본 사진관에 부탁해 필요한 사람이 복사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소노키는 안 의사가 자신을 위해 써준 유묵과 관련 서적 자료 등을 딸인 가정재판소 판사를 통해 도쿄의 한국연구원에 기증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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