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러브샷’ 대법서도 “추행”
유죄 인정한 원심 확정
‘강제로 한 러브샷은 유죄!’
ㅌ골프장 회원 구아무개(48)씨는 2005년 8월 골프장 안 식당에서 여종업원 ㄱ아무개씨에게 맥주와 양주를 섞은 ‘폭탄주’를 자신과 ‘러브샷’으로 마시자고 강권했다. 폭탄주 잔에는 만원짜리 지폐 석 장이 감겨있었다. ㄱ씨는 거부했지만, 평소 골프장 운영자와의 친분을 과시해온 구씨는 “내가 여기 부회장이다”, “회사 짤리고 싶나? 여기 와봐”라고 협박한 뒤 ㄱ씨의 목을 껴안고 볼에 얼굴을 부비며 ‘러브샷’을 하고야 말았다. 구씨는 다른 종업원 ㄴ아무개씨에게도 이런 식으로 압력을 행사해 자신의 일행인 이아무개씨와 ‘러브샷’을 강제로 하게 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구씨는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구씨의 범죄가 성적 욕구 때문이 아닌 잘못된 음주습관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300만원으로 형량을 낮췄지만, ‘러브샷은 무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구씨는 대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했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도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추행’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이는 피해자의 의사·성별·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구씨가 러브샷을 한 경위는 ㄱ씨 등의 의사 등에 비춰볼 때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서는 서로의 친밀감을 표시하거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한 의미로 러브샷을 하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는 상태에서 술잔을 든 팔을 상대방의 목 뒤로 돌려 감은 채 동시에 술을 마시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얼굴이나 상체가 밀착돼 포옹하는 것과 같은 신체접촉이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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