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목소리 기획사에 반영하자 ‘1팬1주 운동’
슈퍼주니어 팬클럽 일부 회원 멤버변화 반대해 주식 매입
“팬 무시 독단적 경영 따질 것”…일부선 창작자유 침해 우려
슈퍼주니어 팬클럽 일부 회원 멤버변화 반대해 주식 매입
“팬 무시 독단적 경영 따질 것”…일부선 창작자유 침해 우려
“‘빠순이’라니요? 당당한 문화 소비자이자 소액주주입니다.”
이달 초 포털사이트 ‘다음’엔 ‘에스엠(SM) 소액주주모임, 1팬1주’(http://cafe.daum.net/onefanonestock)란 이름의 카페가 개설됐다. 유명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공식 팬클럽 회원 일부가 모여 만든 것이다. 이 카페가 결성된 건 슈퍼주니어 소속 기획사인 에스엠이 지난해 가을 중국 진출을 목표로 추가 멤버 영입에 나선 게 발단이 됐다.
“슈주(슈퍼주니어)가 처음처럼 13명으로 남기를 바라는 팬들이에요. 기획사 쪽에 이런 뜻을 전달하려 1300여통이나 편지를 쓰고 시위도 했지만 꿈쩍도 않더라고요.” 이 카페 회원 송민아양의 말이다.
그 즈음 경영학을 전공한 한 회원이 “팬들이 직접 소액주주가 돼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자”는 제안을 했고, 회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1팬1주 갖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공식 팬클럽의 회원 20만명 가운데 이 카페의 취지에 찬성하는 ‘팬연합’ 회원 수는 1만5천여명 가량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확보한 주식은 모두 5만8206주, 에스엠 전체 지분의 0.36%에 이른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중국·브라질 등지의 팬들이 보내온 성금으로 1200여주를 사들였고, 익명의 팬 한명이 보유중인 5만7천주의 주권을 팬클럽에 위임했다. 이 카페를 주도하고 있는 정소연(22)씨는 “‘생쥐깡’을 고발하는 게 소비자의 권리이듯, 팬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기획사의 독단에 반대하는 것도 문화 소비자로서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소액주주로서 ‘경영참여’를 본격화 할 계획이다. 오는 28일 열리는 에스엠 주주총회에 참석해 기획사와 팬클럽 사이의 ‘불공정 관행’을 적극 따질 계획이다. 기획사가 만든 공식 팬클럽에 연 회비를 내고 가입하지만 정작 팬들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들도 사후통지만 하면 되는 약관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정씨는 “팬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라며 “주총 때까지 에스엠의 조처나 대응이 없으면 공식 팬클럽 가입 거부 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일종의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는 취지다.
에스엠은 ‘1팬1주 운동’에 대해 “팬들의 관심으로 생각하며 감사한다. 그러나 슈퍼주니어는 원래 고정 인원이 정해진 그룹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석연 변호사는 “이런 움직임이 과도하게 특정한 목적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면 기업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며 “그동안 기획사의 보조적 역할에 그친 팬클럽의 지위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팬클럽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팬들이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어느정도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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