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인천 남동경찰서 1층 형사과 사무실. 폭력계 옆에서 개방형 과장실 조성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개방형 과장실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원래 직원들의 숙직실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개방형 사무환경 조성’ 지침에 따라 사무실 구석에 있던 과장실을 숙직실로 쓰고 대신 이 곳을 과장실로 쓰기 위해 벽돌로 된 숙직실 벽을 뜯어냈다.
남동서는 2주 전부터 8개 과장실 벽을 철거하고 개방형 사무실로 바꾸는 중이다. 형사과 한 직원은 “이제 막 바른 시멘트가 말라야 다른 공사를 할 것 아니냐”며 “공사가 다 마무리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활한 의사소통, 계급주의 타파 등 공직사회 문화를 바꾼다는 명목으로 이달 중순부터 전국 경찰서에서 과장실 벽허물기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를 본 한 시민은 “수천만원씩 들여 멀쩡한 벽을 뜯어내는 것이 새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주의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인천의 삼산경찰서는 지난해 11월30일 새 건물을 지어 개청한 지 넉 달도 안 된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7개 과장실의 벽을 철거하고 개방형으로 바꿨다. 업무의 효율성을 고려해 최신식으로 지은 새 경찰서에서 새 집 냄새가 빠지기도 전이다. 인천 남부경찰서도 3층에 있던 수사과장실을 1층 지능팀 자리로 옮기고, 지능팀 직원 5명이 3층 과장실로 옮기는 등 벽허물기 공사와 사무실 재배치 공사로 시끌벅적하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벽이 있다고 소통이 안 되느냐”며 “업무를 위해 낡은 컴퓨터를 바꿔달라고 하면 예산 타령하던 정부가 멀쩡한 벽을 허무는 데 혈세를 마구 써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전국 229개 경찰서 1464개 과장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모두 20억~30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경찰청 혁신기획단 김호철 경정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약간의 불만·불편이 있지만, 전체 경찰의 61%가 찬성한 사업”이라며 “당장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원인에 대한 서비스와 업무효율성이 개선되므로 오히려 이익”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양경찰청도 전국에 있는 13개 해양경찰서에 과장실 벽을 헐어내고 개방형 사무실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인천/김영환, 석진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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