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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살 딸 먹이려…” 우유 훔친 ‘슬픈 모정’

등록 2008-03-28 20:30

병든 남편·밀린 월세 ‘생활고’
동네마트서 절도 혐의로 입건
세 살배기 딸이 제일 좋아하는 걸로 냉장고를 채우고 싶었다. 세일 때 사 둔 세제와 샴푸를 환급하면, 우유와 요구르트, 포도 한 송이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제와 샴푸를 장바구니에 넣고 집 앞에 있는 마트에 갔다. 영수증이 없어 환급이 안 된다고 했다. 답답했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하던 남편은 3년 전 일을 그만뒀다. 사무직종으로 옮기겠다며 공부를 시작하더니 덜컥 병에 걸렸다. 병원에서는 ‘악성 피부질환인데 평생 약을 먹고 바르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는커녕 공부도 계속할 수 없었다. 남편의 병간호는 홀시어머니한테 맡기고 식당일을 시작했다. 1년 반쯤 지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데다 무릎에 염증까지 생겼다. 의사는 빈혈까지 겹쳤으니 쉬라고 했다. 15만원 임대아파트 월세는 석 달째 밀려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고아무개(43·여)씨는 28일 우유 한 팩과 요구르트, 물티슈 등을 장바구니에 넣은 채 계산도 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오려다 마트 주인한테 붙잡혔다. 3만2천원어치였다. 고씨는 경찰에서 “딸이 마음놓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먹게 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진술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고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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