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대표 맡은 서울대교수에 참가자 성향·정치 연관성 등 캐물어
경찰과 국정원이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교수 모임의 대표들을 찾아가 모임의 성격과 정치적 성향 등을 캐물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대운하반대교수모임)과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6일 오후 서울 관악경찰서 정보과 학원반장 이아무개 경위 등 경찰관 세 명이 대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대표인 김종욱 서울대 교수(지리교육)를 찾아가 모임의 성향과 향후 계획 등을 물었다. 이 경위 등은 “대운하반대교수모임의 성격은 뭔지, 참가 교수들이 어떻게 모였는지, 특정 정치인과의 연관성은 없는지” 등에 관해 김 교수와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다. 김 교수는 “평소 정보 수집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 우리 모임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어 찾아온 것으로 생각했다”며 “정치인과는 관계없는 학자들의 모임이라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영찬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도 정보과 형사들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집행위원을 맡은 목원대 박경 교수(디지털경제학)도 “경찰이 찾와와 반대모임에 대해 물어봤고, 국정원은 7~8일 전에 찾아왔다”며 “대전에 있는 충남대, 한남대, 안동대 등 반대모임 참여 교수들도 경찰의 전화를 받거나 찾아왔다”고 밝혔다.
모임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대학에 정보과 형사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경찰의 조직적인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대운하반대 서울대 교수모임은 이날 회의를 열어 “정부는 뒤에서 전국적인 사찰을 진행할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앞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이 경위는 “알고 지내던 김 교수가 대운하반대교수모임 대표가 됐기에 인사도 드릴 겸 찾아갔다. 따로 (상부) 지시가 내려와서 간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송경화, 대전/송인걸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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