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 전문가들 “받침대 방식·머리도금 등 어색”
“최근 몇차례 경매에 나왔지만 가짜라고 유찰”
“최근 몇차례 경매에 나왔지만 가짜라고 유찰”
경찰이 50억원대 국보급으로 알려진 금동불상을 빼앗은 조직폭력배를 추적 중인 가운데 이 불상이 모조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30일 경찰과 고미술 업계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7일 골동품판매상에게 폭력을 휘둘러 국보급 금동불상을 강제로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이모(45)씨 등 3명을 검거하고 달아난 김제파 조직원 7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사라진 불상이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여래입상으로 시가가 50억원에 달하는 국보급 비지정 문화재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이 공개한 피해 불상 사진을 보면 불상의 크기는 26.5㎝로 가슴과 팔, 골반 부분에 도금이 벗겨진 흔적이 남아 있고 불상을 받치고 있는 대좌(받침대)가 여느 불상과는 달리 큼지막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불상 사진을 접한 고미술 전문가들은 피해 불상의 모습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오래 전에 제작된 진귀한 유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보통의 통일신라시대 양식과 달리 불상과 대좌가 일체형으로 돼 있고 불상 머리를 도금한 것도 당시 제작방식에 어긋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고미술 전문가 A씨는 "불상 받침대인 대좌가 가장 이상하다. 불상과 대좌의 결합방법 또한 생소하다"며 "보통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은 몸통과 대좌를 따로 주물한 다음 결합을 하는데 이 불상은 일체형으로 당시의 제작방식과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불상과 대좌를 하나로 주물해 만드는 일은 통일신라시대뿐 아니라 고려시대에도 기술적으로 힘들다"며 "당시 양식에 따르면 불상 머리는 도금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데 반해 도금처리가 돼 있는 게 이상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B씨는 실물감정이 전제돼야 한다면서도 "대좌가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보기 쉽지 않고 불상의 손동작도 생소하다"며 "몸은 석가 이전인 보살로 돼 있는 반면 머리는 깨달음을 얻은 상태인 여래"라고 어색함을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실제 피해 불상을 여러 차례 봤으며 최근 경매물건으로도 나왔지만 가짜라는 소문이 돌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 C씨는 "여러 명의 남자가 이 불상을 감정해 달라며 서너차례 사무실을 찾아왔는데 가짜라는 감정결과를 내놓으니 도망치듯 사라졌다"며 "최근 경매에도 물건으로 나왔는데 누가 그 가짜를 샀겠냐"고 했다.
이 전문가는 피해 불상의 제작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알고 있지만 그는 오래 전에 숨졌다며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
전문가들은 50억원에 달하는 불상의 가격에도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굉장히 희귀한 불상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불상이 그 정도 가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구입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인사동에서 30년째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D씨는 "지금까지 금동불상의 거래가격이 10억원을 넘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그나마 4억∼5억원 정도가 금동불상의 최고 시세로 안다"고 전했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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