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딸을 먹이려 우유를 훔치다 절도 혐의로 입건된 주부 고아무개(43)씨의 사연이 보도(<한겨레> 3월29일치 9면)된 뒤 이들 모녀에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말 누리꾼과 독자 수십명이 ‘고씨 모녀를 도울 방법을 알려 달라’며 신문사에 문의를 해왔고, 포털에 실린 <한겨레> 기사에는 2천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창원에 사는 강용기(47)씨는 “아침에 신문을 보니 한때 어렵게 살던 때가 생각나서 마음이 찡했다. 죄는 죄지만 모정만은 지킬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며 고씨의 연락처를 문의해왔다. 대구에 사는 이정민씨는 “나도 세살짜리 딸을 키우는데 기사를 읽다 마음이 아팠다”며 먹을거리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알려왔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고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국외 동포들의 문의도 잇따랐다. 주말 새 고씨의 집에는 과일 한 봉지, 아기용 칼슘 영양제, 마뿌리 가루 등이 배달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건강식품이 담긴 상자를 집 앞에 놓고 가기도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는 고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의견들이 쇄도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김형중 경장은 이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경찰관의 옷을 입었지만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어찌 마음이 편할리가 있었겠냐. 시민들이 고씨를 돕겠다고 문의하는 걸 보고 언론의 눈과 사람의 마음이라는 좋은 나무를 보았다. 경찰·검찰·법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고씨는 주변의 관심과 온정에 대해 “큰 죄를 지었는데 사람들이 돌을 던지기는커녕 격려해주셔서 놀랍고 감사하다”며 “죽을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게 너무 부끄러워졌다. 남편, 아이와 함께 열심히 살아서 도움을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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