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폭행사건 시간대별 상황
단순폭행 축소보고 ‘사건 물말기’?
범인 목격 제보에도 건성건성
범인 목격 제보에도 건성건성
경찰이 일산 여자 초등생 폭행·납치미수 사건 발생 이틀 뒤 용의자를 목격했다는 신고를 받고도 안이하게 대처한 것으로 31일 밝혀졌다. 특히 경찰은 지난해 12월21일에도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아파트 승강기에서 10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괴한하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는 등 똑같은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지금까지 탐문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20분전에 학교 주변 배회…놀이터 CCTV에 찍혀
흉기소지 알고도 보고 제외…사흘 뒤에야 피해자 조사 ■ 뒷북 수사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일산경찰서 대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세 명은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힌 장면을 두 차례나 확인했다. 여기엔 범인이 흉기를 들고 초등생을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사건을 ‘단순 폭력’으로 봤다. 이어 하루 뒤인 27일 일산경찰서에 사건을 보고하면서 흉기 소지 사실도 뺐다. 때문에 사건은 단순 폭력 사건으로 분류돼 폭력1팀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폭력1팀은 이날 다른 사건을 처리하느라 이 사건에 손을 대지 않았고, 다음날인 28일엔 담당형사가 비번이란 이유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담당 형사는 사건 발생 사흘 만인 29일에야 피해자 집에 찾아가 진술을 듣는 등 수사에 들어갔다. ■ 허위보고에 ‘물타기’까지 경찰은 31일 “사건 당일 지문을 채취해 탐문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폐쇄회로 텔레비전에는 이런 활동이 전혀 녹화돼 있지 않다. 탐문수사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관은 “이번 일은 전형적인 ‘사건 물말기’”라고 말했다. 강력사건을 그대로 보고하면 상부의 질책이 떨어져 능력 없는 경찰로 찍히기 때문에 사건을 축소해 보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경찰은 이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 현장 보존도 상식 밖 사건 승강기 안에는 깨진 거울 등이 한참 동안 널려 있었지만 경찰은 현장을 전혀 보존하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일하는 한 사람은 “혹시나 해서 한동안 거울을 치우지 않았는데 아무도 말이 없어 경비원이 치웠다”고 전했다. 또 엘리베이터를 제외한 복도, 계단 등에 대해선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31일 오전에야 정밀감식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대는 더욱이 사건 이틀 뒤인 3월28일 오후 4시께 범인을 봤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신병확보에 나서지 않고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찾아가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힌 화면만 보고 그대로 돌아갔다. 경찰은 31일 오전에야 다시 당일 녹화 장면을 분석하는 등 법석을 피웠다. 경찰은 또 이날에야 사건 현장 주변 놀이터 폐쇄회로 텔레비전 화면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범인이 사건 발생 20분 전 피해 초등생이 다니는 학교 일대를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찾는 듯한 모습이 녹화돼 있다. 고양/김기성 하어영 기자 player009@hani.co.kr
흉기소지 알고도 보고 제외…사흘 뒤에야 피해자 조사 ■ 뒷북 수사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일산경찰서 대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세 명은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힌 장면을 두 차례나 확인했다. 여기엔 범인이 흉기를 들고 초등생을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사건을 ‘단순 폭력’으로 봤다. 이어 하루 뒤인 27일 일산경찰서에 사건을 보고하면서 흉기 소지 사실도 뺐다. 때문에 사건은 단순 폭력 사건으로 분류돼 폭력1팀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폭력1팀은 이날 다른 사건을 처리하느라 이 사건에 손을 대지 않았고, 다음날인 28일엔 담당형사가 비번이란 이유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담당 형사는 사건 발생 사흘 만인 29일에야 피해자 집에 찾아가 진술을 듣는 등 수사에 들어갔다. ■ 허위보고에 ‘물타기’까지 경찰은 31일 “사건 당일 지문을 채취해 탐문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폐쇄회로 텔레비전에는 이런 활동이 전혀 녹화돼 있지 않다. 탐문수사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관은 “이번 일은 전형적인 ‘사건 물말기’”라고 말했다. 강력사건을 그대로 보고하면 상부의 질책이 떨어져 능력 없는 경찰로 찍히기 때문에 사건을 축소해 보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경찰은 이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 현장 보존도 상식 밖 사건 승강기 안에는 깨진 거울 등이 한참 동안 널려 있었지만 경찰은 현장을 전혀 보존하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일하는 한 사람은 “혹시나 해서 한동안 거울을 치우지 않았는데 아무도 말이 없어 경비원이 치웠다”고 전했다. 또 엘리베이터를 제외한 복도, 계단 등에 대해선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31일 오전에야 정밀감식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대는 더욱이 사건 이틀 뒤인 3월28일 오후 4시께 범인을 봤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신병확보에 나서지 않고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찾아가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힌 화면만 보고 그대로 돌아갔다. 경찰은 31일 오전에야 다시 당일 녹화 장면을 분석하는 등 법석을 피웠다. 경찰은 또 이날에야 사건 현장 주변 놀이터 폐쇄회로 텔레비전 화면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범인이 사건 발생 20분 전 피해 초등생이 다니는 학교 일대를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찾는 듯한 모습이 녹화돼 있다. 고양/김기성 하어영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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