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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민통선 작은학교 ‘군사작전식’ 통폐합

등록 2008-04-01 15:36

군내초등학교 통폐합대책위 제공
군내초등학교 통폐합대책위 제공
교육청 “70% 사유지…임대료 부담” 군내초교 없애기로
“대신 납부” 파수시쪽 제의 묵살…주민동의절차도 없어
 “주민 의견을 듣는 최소한의 절차라도 거쳤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죠.”

오는 8월 말 학교가 문을 닫는 경기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의 군내초등학교 학부모 대표 이명헌(40)씨는 주민들의 답답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비무장지대를 코 앞에 둔 군내초교는 대성동초등학교와 함께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 안에 있는 학교다.

통일촌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3년 정부가 군 출신과 황해도 장단 실향민 등으로 조성한 마을로 현재 89가구 200여명이 산다. 외부인은 군에서 사전통행출입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이 곳에서 주민들은 6·25 전쟁 때 없어진 학교를 다시 세워 올해 71회 졸업생을 냈다. 현재 16명의 학생과 9명의 유치원생들이 최전선의 긴장 속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파주시 교육청은 지난 2월5일 이 학교를 파주시 문산읍 마정초등학교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사회적 발달을 도모하고, 소규모 학교 운영의 비효율성을 해소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실상은 “학교의 부지 중 70%가 사유지라 (임대료를 내야 하는 등) 교육재정의 비효율화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시 교육청의 이런 방침에 대해 파주시는 지난 3월8일 “군내초교는 국가가 도서·벽지 의무교육을 위해 경비를 우선 지급해야 하는 곳”이라며 “폐교가 농촌 공동체 파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일으킬 것이므로, 학교 부지 임대료가 걸림돌이라면 시가 내겠다”고 밝혔다. 시 교육청은 시의 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도 교육청에 학교 통·폐합을 위한 조례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시 교육청은 이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시 교육청은 폐교 추진 과정에서 교육청과 주민, 지자체 공무원이 참여하는 ‘추진협의체’를 구성하라는 도 교육청의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심지어 군내초교는 도교육청의 통폐합 대상학교도 아니었다.

김종률 파주시 교육청 관리과장은 “주민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은 아쉬우나, 통폐합의 필요성이 분명해 추진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존폐 여부는 4월 중에 경기도 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경기도 의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경기도 교육청은 중앙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7개 학교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가운데 2006년 3개, 2007년 1개 학교를 없앴고, 2008년엔 8개교를 없앨 예정이다. 본교가 통폐합되면 10억원, 분교는 3억원이 통합된 학교에 지원된다. 정부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실적을 시·도 교육청 평가에 반영해 재정 지원에서 차등을 둔다. 파주/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경북교육청은 작은학교 살리기 나서
통폐합 3~5년 미루고 행정·재정지원키로

경상북도교육청은 1981년 이래 통폐합 위주로 진행해온 작은학교 정책의 방향을 틀어 ‘작은학교 가꾸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31일 밝혔다.

김장현 경북교육청 학교운영 지원과장은 “교육청이 그동안 교육과정을 모두 갖추기 어렵고 교육재정의 비효율성이 크다는 이유로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 왔으나, 이는 교육논리를 외면하고 경제논리만 따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앞으로 학교 통폐합을 계속하면 도내 학교 수백 곳이 추가로 없어져 농·산·어촌이 황폐화할 수 있어 작은학교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통폐합 계획 학교 가운데 ‘작은학교 가꾸기’ 학교로 뽑히면 3~5년 동안 통폐합이 미뤄지며, 그 다음 학기부터 초빙교장제나 연구 시범학교 제도를 적용해 도 교육청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학생수가 일정한 숫자로 늘어나면 통폐합 대상학교에서 빠지고 독립된 학교로 살아남는다.

경북교육청의 작은학교 통폐합 정책의 전환은, 폐교 위기에 몰렸다가 학교 프로그램을 개혁하면서 학생 숫자가 4배 이상 늘어난 상주 남부초등학교의 성공 사례에 크게 힘입었다. 경북·충남교육청은 통폐합 학교 선정 기준인 학생 숫자를 각각 100명과 60명에서 50명으로 낮췄고, 경남교육청도 이를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경북은 올해 통폐합 대상학교가 48곳에서 42곳으로 줄었다. 경북은 초등학교의 경우 최소한 1면 1학교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구 대전/박주희 송인걸 기자 hope@hani.co.kr


■ 소규모 초등학교 통폐합 현황 (분교 포함)

1982-1986년 = 93

1987-1991년 = 353

1992-1996년 = 1346

1997-2001년 = 1138

2002년-2006년 = 186

2007년 = 15 (자료: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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