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편으로 보직을 받지 못한 중앙부처 4급 이상 공무원들이 1일 오후 재교육을 받기 위해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장에 모여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대통령 국정철학 동영상 강의로 출발
“통폐합 어쩔수 없지만…” 곳곳서 한숨
대상자 선별 앞둔 하위직들도 ‘심란’
“통폐합 어쩔수 없지만…” 곳곳서 한숨
대상자 선별 앞둔 하위직들도 ‘심란’
1일 오후 1시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중앙공무원교육원. 정부과천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곳에 중앙부처의 4급이상 무보직 간부 200여명이 양복을 입고 모여들었다. 공무원 간부들은 교육이 시작되기 전 교육장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이들은 모두 ‘보람관’의 강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대체로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까지가 다수였으나, 40대 전후로 보이는 간부들도 있었다. 교육을 받으러 온 한 간부는 “조직 통폐합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대통령 지시로 갑자기 이뤄지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아직은 젊은 편이라 담담하지만, 40대 후반 이상은 걱정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입교식에서는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먼저 인사말을 한 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방영됐다. 공무원의 변화를 촉구하는 이 대통령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턱을 괴거나 얼굴을 만지는 공무원들의 표정에서는 긴장감과 허탈함이 묻어났다. 이들은 동영상 교육을 받은 뒤 교육장으로 옮겨 ‘정책관리 역량 향상 과정’ ‘실용 관리 역량 향상 과정’ 등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를 지켜본 한 간부 공무원은 “교육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 곳에 왔다는 자괴감과 몇달 안에 보직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다들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사무관은 “교육 받으러 가는 것을 사실상 퇴출로 여기는 분위기”라며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 하위직 공무원은 “다음달에는 하위직 공무원 교육 대상자를 선별한다는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두 심란해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중앙부처 무보직 간부 공무원 205명을 교육대상자로 선정해 6개월 동안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재교육을 실시한다. 이들은 3개월 단위로 평가를 받으며, 각 부처에 결원이 생기면 평가 결과에 따라 보직을 받게 된다. 정부는 각 부처 인사가 끝나는 4월 말에는 5급 이하의 초과 인력에 대해서도 이런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규원 이종규 기자 che@hani.co.kr
무보직 간부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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