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전후 3~5일 실시
“나홀로 학생’ 대책은 뒷전
“아이들 어디 맡기지” 한숨
“나홀로 학생’ 대책은 뒷전
“아이들 어디 맡기지” 한숨
아이를 경북지역 특수학교에 보내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가정의 달인 5월이 오히려 괴롭다. 학교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즈음해 일주일 가까이 단기방학을 하는데, 맞벌이를 하는 이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장을 찾아가 면담까지 했지만 “이미 정해진 학사일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씨는 “대체 누구를 위한 단기방학인지 모르겠다”며 “장애아를 기르는 입장이라 휴가를 내든가 도우미를 불러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끼고 단기방학을 실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날짜는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을 비롯해 인천·충남·충북·경남·경북·전남·광주·대구·울산·제주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5월1일부터 12일 사이에 단기방학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족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고 여행활동 등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실시되는 단기방학 제도가 맞벌이 부부 등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많다.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5월7일 하루만 재량휴업일로 결정했는데, 갑자기 교장이 지역교장단 합의라며 8일까지 쉬자고 했다”며 “학교에서 나홀로 학생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완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프로그램은 없이 방학 일정만 알려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남 창원의 한 학부모도 “방학 기간에 가족 단위 체험을 하라는데, 남편과 나 둘다 토요일에도 쉬지 못하는 마당에 무슨 가족체험이냐”고 반문했다. 단기방학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은자 교육자치위원장은 “실제로 우리 학부모회 광주지부 등은 단기방학과 관련된 민원성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월 시·도교육청에 ‘지역별로 동일한 시기에 초·중·고교 재량휴업을 하라’는 지침만을 내려보냈을 뿐 맞벌이 가정이나 나홀로 자녀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프로그램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별로 따로 마련한 대책은 없고 각 학교별로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했다”며 “일선 학교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전화가 많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윤숙자 회장은 “교과부의 단기방학 지침은 먹고 살기 바쁜 학부모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선희 정민영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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