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거든 한국 땅에 유해를 뿌려다오."
영국의 한 한국전 참전용사가 작년 3월 숨지기 전 한국 땅에 유해를 뿌려달라고유언할 정도로 평생 한국을 그리워하며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전 당시 영국 보병 웰링턴 공작 연대 소속 이등병으로 참전했던 스캇 베인브리지씨. 그는 51년 4월 '글로스터 밸리'로 불리던 설마리(경기도 파주군 적성면)에서 중공군 63사단과 조우해 치열한 혈전 끝에 극적으로 생환, 귀국한 뒤에도 전화를 겪은 한국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며 한국과 한국인을 그리워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한국을 찾은 참전용사 50여명과 함께 아버지 유골함을 들고 방한한 딸 사라씨는 오는 24일 오전 11시 설마리에서 열리는 제54주년 글로스터 밸리 전투기념식에 참석, 아버지의 유해를 영국군 참전 기념비 주변에 뿌릴 예정이다.
영국군은 중공군 참전(1950.10)과 유엔군 후퇴(1951.1.4)를 기점으로 치열한 접전이 계속되던 1951년 4월에 발생한 설마리 전투에서 수만명이 넘는 중공군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최대의 격렬한 전투를 치렀다"고 영국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사라씨는 "아버지는 귀국 후에도 한국에서 사귄 많은 친구들과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한국을 그리워했으며 런던 화이트홀가에서 열리는 현충일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 행진하는 등 한국전 참전용사 모임에 활발하게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던 날도 참전용사 모임에 참석해 다른 동료들과 한국에 대한추억으로 좋은 시간을 보낸 뒤 귀가길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졌고 가족들은 유언대로 올해 기념행사를 통해 화장된 유골을 격전지에 뿌리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사라씨는 또 "2001년 첫 방문 후 한국을 두 번 찾았던 아버지는 한국의 변화된 모습에 정말 감동을 받으셨다"면서 "아버지는 늘 한국이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과 한국인들을 평생 사랑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기념식은 참전용사 50여명의 행진과 헌화, 유해 안치 등의 순서로 거행되며 영국 대사관은 이번 행사에 맞춰 파주지역 학생 72명을 선정, 장학금을 전달한다. 영국은 한국전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8만7천명을 파병했고 이 중 1천109명이 숨지고 2천674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유해 800기는 부산에 있는 유엔묘지에 안장됐다.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