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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91살 수필가 “89살에 글을 배웠거든”

등록 2008-04-02 18:57

김음전 할머니
김음전 할머니
김음전 할머니 “배우는 즐거움에 새 삶” 잡지에 투고문 실어
글을 깨우치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김음전(91·사진) 할머니는 <참 좋은 당신>이라는 월간지 4월호에 투고문이 실린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이 잡지에 실린 ‘나를 다시 살게 한 복지회관에 감사’라는 제목의 글엔 한글을 깨쳐 책을 읽는 기쁨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90년을 살고 난 지금에서나마 글을 배우돼 고맙게 생각한다”는 김 할머니는 “틈나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다양한 주제로 수필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2006년 광양시 노인복지회관 한글교실에 첫발을 내디뎠다. 80살 때부터 게이트 볼을 배워 광양시 노인 대표로 출전하기도 하는 그는 시합 때마다 글을 모르는 것이 불편했다. 직장을 퇴직하고 노인복지회관에서 요가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하던 장남 김영환(63)씨는 김 할머니에게 “그러시면 복지회관 한글교실에 다녀 보시라”고 권유했다. 시노인복지회관 한글교실에선 초·중급반 2개 반별로 90명 정도가 배운다. 김 할머니는 초급반에 등록해 하루도 빼지 않고 한글을 배웠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본 뒤에도 대사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는” 총기를 지닌 김 할머니의 한글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김 할머니는 글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글쓰기에 도전했다. 첫 글은 서울에 사는 맏손주에게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쓴 편지였다. 김 할머니는 장손에게 “할머니도 이제 글을 배워 말이 아니라 글로도 소식을 보낼 수 있다. 배우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써 보냈다. 김 할머니는 자신의 수필에도 “나이 많은 우리를 지도해주는 복지회관이 생겨 나를 다시 살게 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하루하루 글을 깨우쳐 가는 신기함은 나를 더욱 살아가게 힘을 준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32년 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뜬 뒤 하숙을 치며 2남 4녀를 키우는 등 삶의 다양한 기억들을 기록해 볼 계획이다.

광양/정대하 기자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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