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입사문제 ‘충성도’ 검증?
‘오너경영 긍정성 있다’ ‘삼성 사회책임 다한다’
“솔직히 뻔한답 쓸수밖에 없었다”
응시자들 ‘곤혹’ ‘실망감’ 토로 ‘오너 경영의 결과가 좋다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조직의 비리를 밝혀야 한다’ 삼성그룹이 지난달 30일 치른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과목의 하나인 직무적성검사(SSAT)에 출제된 문항들이다. 이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은 취업 관련 포털 등에 ‘뻔한 답을 쓸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상당수 출제돼 곤혹스러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2일 응시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시험에는 ‘때로는 한 사람의 오너가 경영하는 게 긍정적일 수 있다’,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다’, ‘삼성은 좋은 기업이다’는 등의 문항이 출제됐다. 또 ‘지나친 정부 규제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외부 도움을 받아서라도 조직의 비리를 밝혀야 한다’는 문항도 포함됐다. 직무적성검사는 업무 능력과 상식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엇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시해 응답의 일관성을 주로 점검한다. 답은 ‘예’ ‘아니오’로 표시해야 한다. 이번 시험에는 모두 2만1천명이 지원했다. 올해 처음 삼성그룹 공채 시험을 본 이아무개(24)씨는 “솔직히 오너 경영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답할 수 없었다”며 “취업이 급한 상황에서 혹시라도 점수가 깎일까, 어쩔 수 없이 ‘삼성의 입장’에서 풀었다”고 말했다.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내부고발 문제는 삼성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얘기 같아서 ‘아니오’를 택했다”, “예민한 시기인데 내부 고발에 대해 ‘예’를 택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다른 응시자 ㄱ(25)씨는 “시험 보고 돌아와서 친구들과 ‘특검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토론해 놓고 답은 그렇게 쓰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얘길 나눴다”며 “기업이 장수하려면 고칠 건 고쳐야 할 텐데, 응시자들의 ‘충성도’를 검증하려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적성검사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논리적 일관성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채점 기준이 뭔지,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밝힐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응시자들 ‘곤혹’ ‘실망감’ 토로 ‘오너 경영의 결과가 좋다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조직의 비리를 밝혀야 한다’ 삼성그룹이 지난달 30일 치른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과목의 하나인 직무적성검사(SSAT)에 출제된 문항들이다. 이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은 취업 관련 포털 등에 ‘뻔한 답을 쓸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상당수 출제돼 곤혹스러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2일 응시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시험에는 ‘때로는 한 사람의 오너가 경영하는 게 긍정적일 수 있다’,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다’, ‘삼성은 좋은 기업이다’는 등의 문항이 출제됐다. 또 ‘지나친 정부 규제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외부 도움을 받아서라도 조직의 비리를 밝혀야 한다’는 문항도 포함됐다. 직무적성검사는 업무 능력과 상식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엇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시해 응답의 일관성을 주로 점검한다. 답은 ‘예’ ‘아니오’로 표시해야 한다. 이번 시험에는 모두 2만1천명이 지원했다. 올해 처음 삼성그룹 공채 시험을 본 이아무개(24)씨는 “솔직히 오너 경영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답할 수 없었다”며 “취업이 급한 상황에서 혹시라도 점수가 깎일까, 어쩔 수 없이 ‘삼성의 입장’에서 풀었다”고 말했다.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내부고발 문제는 삼성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얘기 같아서 ‘아니오’를 택했다”, “예민한 시기인데 내부 고발에 대해 ‘예’를 택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다른 응시자 ㄱ(25)씨는 “시험 보고 돌아와서 친구들과 ‘특검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토론해 놓고 답은 그렇게 쓰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얘길 나눴다”며 “기업이 장수하려면 고칠 건 고쳐야 할 텐데, 응시자들의 ‘충성도’를 검증하려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적성검사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논리적 일관성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채점 기준이 뭔지,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밝힐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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