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씨 뭘 조사받았나]
경영 승계 관련 물어…특검 “재소환 없다” 구색맞추기 소환 지적
경영 승계 관련 물어…특검 “재소환 없다” 구색맞추기 소환 지적
홍라희씨에 대한 삼성 특검팀의 직접조사는 고가 미술품들의 구매 경위와 자금 출처, 구매 자금의 성격에 초점이 모아졌다.
특검팀 파견검사인 강찬우 부장검사 등은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돈이 삼성 쪽 주장처럼 이병철 선대 회장한테서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인지, 아니면 횡령한 회삿돈인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삼성생명 차명주식 배당금과 김용철 변호사 등의 차명계좌에서 미술품 구입 자금이 나온 이유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와의 거래 △에버랜드 근처 창고에 보관된 미술품 수천 점의 실소유권자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고가 미술품 30점을 크리스티에서 구입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도 차명계좌의 돈 1천여억원이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바 있어, ‘삼성가 여인들’이 사들인 고가 미술품들이 ‘순수한 개인 돈’으로 산 것인지가 핵심 의혹사항이었다.
하지만 홍씨는 개인 돈으로 미술품들을 샀고, 에버랜드 창고에서 발견된 미술품 수천 점도 삼성문화재단 소유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사를 받은 홍송원 대표의 진술처럼, <행복한 눈물>은 4~5개월 정도 잠시 보관하다 마음에 들지 않아 돌려줬다고 해명하며 의혹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홍씨를 상대로 김 변호사가 지난 1월14일 특검팀에 낸 메모 내용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메모는 홍 대표가 2004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의 변호사한테 김 변호사가 들은 내용을 적은 것으로, 홍라희씨가 평소 좋아하는 사이 톰블리와 에드 루샤의 작품을 거래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장모도 홍 대표의 고객으로 등장한다.
특검팀은 또 홍씨가 1996년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했다. 당시 홍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삼성문화재단은 배당된 3억원어치(4만여주)의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해, 아들인 이재용 전무가 이를 배정받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홍씨는 에버랜드 사건 피고발인으로 2006년께 검찰에 서면진술서를 낸 적이 있다”며 “이를 근거로 미진한 부분을 물었다”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삼성 재직 시절 이학수 부회장한테서 홍씨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이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는 방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홍씨 조사를 끝으로 미술품 수사를 마무리짓고 그를 다시 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혀,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낸 상태에서 ‘구색 맞추기’ 조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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