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송화초 학부모회비 주요 지출 내용
일부 학부모회 직접 요구…문자로 계좌번호
경기 파주시 송화초등학교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지난 주 학부모총회에 갔다가 ‘2007학년도 학부모회 결산 보고서’라는 문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 보고서에는 학부모회가 지난해 학부모회비(찬조금)로 550여만원을 걷고 두 차례 바자회를 열어 400만원이 넘는 수익금을 모았으며, 이 돈을 보건실 리모델링 비용 등으로 썼다는 구체적인 출납 사실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부모회장이 ‘회비는 지난해 수준으로 하자’며 돈 낼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며 “아이를 생각하니 항의할 생각은 꿈도 못꿨다”고 말했다.
해마다 새 학기가 되면 되풀이돼 온 일선 학교의 불법 찬조금 모금 관행이 올해도 여전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학부모회 등이 자체 모금을 하거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없이 학교시설 개선비용을 걷는 것은 불법인데도,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지난해부터 각 시·도교육청은 ‘엄중 처벌’ 지침 공문을 학교에 보내는 등 감독 강화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지역 다른 초등학교 학부모는 “부반장 어머니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계좌번호가 찍히면 그 계좌로 10만원씩 입금하라’고 말했다”며 “어머니회는 5만원, 체육진흥회는 10만원이라는데 뭘 하는 단체인지도 모른 채 내야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학부모 회비가 15만원인데, 지난해까지 가입 인원이 학급별로 4명씩 할당됐지만 학부모들이 기피하니까 올해는 2명씩으로 줄였다”며 “걷은 돈으로 교사들에게 체육복을 사 주거나 식사를 대접한다”고 말했다. 강원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이아무개씨는 “부모들 원성이 자자하지만 함께 문제제기하자는 말엔 꺼리더라”며 “아이들이 볼모니 뭘 어쩌겠느냐”고 씁쓸해 했다.
최근 교육청이 학교에 ‘찬조금 모금 금지’ 공문을 보낸 뒤로는, 소수 학급·학생회 임원 학부모에게만 돈을 걷으며 더 큰 액수의 돈을 모으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전의 한 중학교 학부모는 “회장 어머니가 ‘지난해엔 2만원씩 걷었지만, 알려지면 문제가 되니 올해엔 임원들끼리만 35만원씩 내자’고 해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전은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장은 “불법 찬조금 모금은 결국 학교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린다”며 “말로만 징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엄격한 처벌 적용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영 유선희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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