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제철 상대 송배청구 기각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지만, 현재의 업체가 강제노역을 시킨 업체를 법적으로 승계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재판장 윤준)는 3일 일본제철소에 강제동원된 여운택(85)씨 등 5명이 “못받은 임금과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씨 등 2명은 이미 일본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고, 신일본제철은 당시 일본제철의 채무 등을 승계한 동일한 법인격으로 볼 수 없다”며 “한일 국교가 정상화한 1965년부터 계산하더라도 소멸시효(10년)가 지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강제노동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 “(여씨 등을 모집한) 불법행위가 한국에서 발생했고 원고들의 생활근거지이자 사건과 실질적인 관련성을 지닌 곳이므로 한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김은식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사무국장은 “법원이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면하려는 피고 쪽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여씨 등은 1940년대 초 “2년 뒤 기술자가 될 수 있다”는 일본제철의 광고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이들은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일본제철의 채무가 신일본제철에 승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했고, 2005년 2월 같은 내용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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