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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급조된’ 어린이 성범죄대책 부작용 우려

등록 2008-04-03 21:35

혜진·예슬법 등 손쉬운 엄벌주의…치안·지역·교육 맞물린 종합접근 필요
경기 안양과 일산의 초등생 대상 범죄 이후 경찰과 법무부, 자치단체, 여성부, 교육청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급조한 탓에 서로 중복되거나 ‘처벌 강화’라는 손쉬운 방식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경찰은 지난달 26일 ‘아동·부녀자 대상 범죄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통학로 인근 상가를 ‘아동 안전 지킴이 집’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주일 뒤인 지난 2일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572개 초등학교 주변의 약국·문방구·편의점 8천여개를 ‘안전 둥지’로 지정해 학생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의 협의가 제대로 안 돼 같은 내용을 다른 이름으로 발표한 셈이다.

‘엄벌주의’를 강조하는 법무부 대책도 성범죄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범죄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아동 성폭행 살해범을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하겠다는 이른바 ‘혜진·예슬법’ 역시 법무부의 생색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법 설민수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이미 (아동 성폭행 뒤 살해와 관련한) 대부분의 유사 범죄는 사형이 가능하고 최소 무기형 정도를 선고하고 있다”며 “법정형을 올리는 것은 ‘한건주의’는 될지언정 현실적 대책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도 “성폭력범에게 집행유예나 가석방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판사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제약해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실제 그런 판례도 있다”며 “경찰이나 법무부가 실제 힘을 쏟아야 하는 예방활동보다는, 손쉽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처벌 강화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도 “국민들의 분노를 틈타 정부가 사형제를 찬성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과거 사회보호법 등 역사적인 경험을 봐도 ‘일벌백계’의 조처가 오히려 완전 범죄를 노리는 흉악범죄로 나타나는 등 근본적인 예방책이 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에 밀려 급조한 대책보다는, 장기적으로 교육·지역·치안 분야가 힘을 모으는 이른바 ‘공동체’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이웃의 도움이 범죄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 일산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공동체 차원의 범죄 예방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경찰과 학교, 자치단체들이 각 지역에서 이런 공동체적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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