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실비아 왕비
치매연구 센터 현판식 참석
한국을 첫 방문한 스웨덴의 실비아 왕비가 한국 치매노인들을 찾아 ‘자신의 어머니도 치매 환자였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놓으며 위로했다.
평소 장애아동 돕기 등 각종 자선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왕비는 4일 오전 경기 부천시 다니엘종합병원의 치매질환 연구소인 스웨디쉬센터 현판식(사진)에 참석했다. 핑크색 정장 차림의 우아한 자태로 행사장을 환히 밝힌 실비아 왕비는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노인 환자 10여 명과 짧지만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스웨디쉬센터에 대한 영상물을 관람하면서도 환자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잊지 않았다.
환자들과 만난 뒤 왕비는 “어머니가 어느날 갑자기 성격이 변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정말 슬프고 긴 나날이었다”며 어머니의 치매 치료 경험을 소개했다. 다행히 의료진의 꾸준한 치료와 가족들의 애정 속에 어머니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계기로 왕비는 자신의 이름을 딴 왕립치매연구소(Silvia hemmet)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치매환자들의 진료와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의료인들에게는 인본주의적 교육을, 환자들에게는 가족과 함께 하며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실비아 왕비는 “스웨덴에서는 치매 환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한국도 스웨덴처럼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앞으로 많이 도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현판식에는 강대인 다니엘병원 이사장을 비롯해 라스 바르고 주한 스웨덴 대사와 홍건표 부천시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스웨디쉬센터는 스웨덴 왕립치매연구소 등과 연계해 치매, 중풍 등 뇌질환 연구에 대한 첨단 관리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는다. 스웨덴인 의사 2명을 포함한 연구진 4명과 의료장비를 갖췄고 환자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요양센터로 꾸며졌다. 다니엘병원은 부천시와 운영협약을 맺은 부천시립노인종합복지시설에도 스웨덴의 첨단 선진의료와 노인복지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강 이사장은 “실비아 왕비는 왕궁 옆에 센터를 운영하며 치매 환자들이 왕궁 정원을 산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인들을 깊이 배려하고 있으며, 스웨덴의 의료제도는 질환을 조기발견해 복지 비용이 우리보다 적게 들어간다”고 전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사진 다니엘종합병원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