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회의 잇따라…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
4일 아침부터 서울 태평로의 삼성 본관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전날 이건희 회장 소환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던 그룹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묻는 말에 답을 아꼈다. “노코멘트”가 이날 공식 코멘트의 전부였다.
오후 2시 이건희 회장의 소환시간이 다가오자 임직원들은 자리를 지키면서도 눈길은 대부분 사무실 내 텔레비전을 향했다. 이 회장의 특검 출두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본 한 임원은 “아들과 부인까지 소환되는 상황을 맞았는데 회장님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며 “임직원들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착잡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강한 불만을 나타낸 데 대해, 삼성의 한 직원은 “평소에도 회장님은 질문을 받으면 평상시 생각을 말씀하시곤 했다”며 “특히 삼성그룹이 ‘범죄집단’으로 비치고 있다는 질문이 나오는데 그렇게 대답하시는 게 오히려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의 소환이 생중계된 뒤 그룹과 전자 등 계열사 홍보팀을 중심으로 한 회의들이 잇따라 열렸지만, 회장 소환 장면을 본 개인적인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우리가 답하거나 평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대신 이 회장의 특검 출두로 삼성의 대외신인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한 임원은 “삼성은 매출의 80%, 이익의 95%가 외국에서 창출되는데 외국인 투자자나 주요 거래선들이 이런 화면을 다 보게 돼 삼성에 대한 신뢰가 실추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이미지 하락, 임직원 사기 저하 등으로 경영 차질이 심각해지고 앞으로 과연 이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특검이 끝나야 투자계획 등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보고 1분기 실적발표 날짜를 그동안의 관행이었던 4월 둘째주 금요일인 11일보다 2주일 늦춰 25일로 잡았다고 밝혔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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