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들 강단서 ‘장기 외도’
10년 넘게 외도해도 규제 못해
해당 전공 빈자리도 못채워
학생들 “우리학교 교수 맞아?”
해당 전공 빈자리도 못채워
학생들 “우리학교 교수 맞아?”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다. 1998년 7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옮긴 뒤 올해로 11년째 ‘휴직 중’이다. 그는 2000년 2월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다시 휴직계를 냈고, 17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자 2008년 5월29일까지로 다시 휴직 기간을 늘렸다. 그는 이번에도 통합민주당 후보로 전남 담양·곡성·구례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3선에 성공하면 그의 휴직 기간은 14년으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 학교 경영학과 3학년 이아무개씨는 “우리 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박해철 중앙대 경영대학장은 ‘김효석 교수’에 대해 “휴직 기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서로 얼굴 보기도 서먹한 관계가 됐다”며 “학과에서는 올해가 (교수직을) 정리할 시점이 됐다고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효석 의원 쪽은 “재작년쯤에 그만 두려고 했는데 학교 쪽에서 ‘조금 더 계셔도 상관이 없다’고 해 남았다”며 “조만간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무시한 채 정치권에 뛰어드는 이른바 ‘폴리페서’ 중에는 사실상 직업 정치인이면서 무한정에 가깝게 교수직을 겸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세대 경제학과 윤건영 교수(한나라당·경기 용인수지),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안민석 교수(통합민주당·경기 오산) 역시 4년째 휴직 중이다. 둘 다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 재선에 도전한다.
학교에는 이런 ‘금배지 교수’들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학생들에게는 득 될 게 없다. 우선 ‘사직’이 아닌 ‘휴직’일 경우 해당 분야의 교수를 새로 뽑기가 모호하다. 이군현 중앙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지난 2003년 학교에 온 지 1년 만에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임기가 끝나는 올해 5월31일까지 휴직 신청을 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도 경남 통영·고성 선거구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이일용 중앙대 사범대 학장은 “이번에 당선돼 또 4년이 빌 경우 교수를 새로 뽑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의 경우, 스포츠의학 전공자로 영입해 온 김연수 교수가 18대 총선 출마를 이유로 휴직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이번 학기는 외부 강사로 대체해 급한 불은 껐지만, 김 교수가 당선되면 해당 전공이 4년간 비게 된다. 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과장은 “학과별 교수 정원이 정해져 있어 계속 휴직 상태를 이어간다면 그 분야의 다른 교수를 모실 수 없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등이 대학에 재직 중인 교육공무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사직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곧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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